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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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김정은도 문재인 대통령 동행 원치 않았다”

볼턴 회고록서 주장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남북·미 정상들이 만난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참여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세계일보가 입수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났던 방’에 따르면 판문점 회동 당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여러번 문 대통령의 참석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판문점 관측 초소까지 같이 가서 결정하자”며 동행을 요구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오는 23일 공식 출간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가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해 6월30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미 정상 회동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깜짝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미 한국 방문이 계획된 트럼프 대통령은 “거기 있는 동안 북한의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악수하고 안녕이라고 말하기 위해 DMZ(비무장지대)에서 그와 만나겠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당시 백악관 참모들도 모두 놀란 상황이었다. 특히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직무대행은 “곧 성사될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에 끼어들려는 문(문 대통령)의 시도도 상대해야 했다”고 밝혔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어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없기를 바랐지만, 문 대통령은 참석하려고 했고 가능하면 3자 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했다”고 적었다. 북·미 정상의 갑작스러운 만남이 마음에 들지 않던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과의 논쟁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고 회고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개입을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고 그는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판문점 회동 당일인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최소 3차례 문 대통령의 참석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게 보일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에게 인사하고 그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겨준 뒤 떠나겠다고 제안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문 대통령의 생각을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한 적이 많지만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동행을 요구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서 “김정은에게 할 말이 있고 경호처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그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나를  DMZ로 배웅하고 (판문점)회담 후에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도 된다”면서 사실상 ‘3자 회동’을 또다시 거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DMZ 내 관측 초소(OP 올렛)까지 동행한 뒤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자”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 판문점 자유의집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남·북·미 정상이 3자 회동을 한 시간은 4분가량이었다. 청와대는 “오늘 남북·미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