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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청와대 정부'가 '파리 목숨' 장관을 희생물로…"


입력 2020.06.18 03:00 수정 2020.06.18 05:0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위기 수습 前 장관들 '주무장관 공백은 무책임'

정운천 "장관이 몸 불살라 일할 리더십이 없다"

이주영 "폭파 충격 컸겠지만, 무책임한 측면도"

유기준 "청문회도 부담…당분간 직대로 갈 것"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전 농식품부 장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전 농식품부 장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데 이어 대남 무력도발까지 시사하는 등 남북 간의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주무부처 장관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내각에서 위기 상황을 수습해본 경험이 있는 전직 장관들은 청와대의 재가 없는 사퇴란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위기가 한창 고조되는 상황에서 주무장관의 손절(損切)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후임자 지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직무대행체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정운천 미래통합당 의원은 17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국무위원이 사퇴하려면 사전에 내부 정리가 돼야 한다"며 "특히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정부'라고 봐야 하는데, 김연철 장관이 일방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사퇴라는 것은 다 의논해서 해야 한다"며 "청와대의 재가가 있은 뒤에야 발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있고나서 사퇴하는 게 좋겠다, 사퇴하겠다, 이렇게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발표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정운천 의원은 이명박정부에서 농식품부 장관을 지내던 중, 2008년 4월 좌파 세력의 거짓선동으로 촉발된 이른바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을 맞닥뜨렸다. 당시 정 의원은 민심 수습에 전력을 기울인 뒤,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된 2008년 8월에야 진퇴를 결정했다.


이주영 전 장관도 박근혜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에 취임한지 한 달만에 세월호 사고를 맞았다. 사고 직후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주영 전 장관은 전남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139일간 현장에서 머물며 사고를 수습했다. 이 전 장관도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연말에 거취를 결정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사태의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위기가 정점으로 치달아가는데 주무장관의 공백을 초래한 집권 세력을 향해 무책임하다는 여론의 비판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운천 의원은 "광우병은 굉장한 사태였다. 뚝딱 (장관에서) 사퇴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며 "누군가는 온몸을 던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장관이 파리 목숨이라, 이런 사태에 하나의 희생물이 된다"며 "김연철 장관이 지금까지 뭘했느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당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일도 없지 않았느냐"라고 되물었다.


앞서 현 정권을 '청와대 정부'로 규정한 정 의원은 이같은 맥락에서 주무장관이 소신 있게 책임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아, 난국이 자초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운천 의원은 "장관들에게 권한을 주고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몸을 던져 일할텐데, 그게 아니니까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며 "청와대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부터 북한 전문가들이 없다. 아마추어들이 다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아울러 "주무장관이 몸을 불살라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지금의 문재인정권은 그런 리더십이 없는 정권"이라며 "문재인정부가 가장 어려운 상황을 자기들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혀를 찼다.


'팽목거사' 이주영 전 장관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의) 충격이 워낙 크니까 그랬던 것이 아니겠느냐"라면서도 "(이 시기에 주무장관 공백은) 무책임하기도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벌써부터 통일부 장관 후임자를 놓고 여당 안팎에서 다양한 하마평이 나오는 가운데, 전직 장관들은 누구를 후임자로 지명해 앉혀놓아도 구조적 역할을 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서호 통일부 차관의 직무대행체제 장기화에 관한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정운천 의원은 "지금은 누구를 후임자로 지명해 데려다놓아도 소용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주영 전 장관도 "김연철 장관은 완전히 북측에 우호적인 입장 아니었느냐. 그런데도 저렇게 당했다"라며 "후임자를 지명하면 국회의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정치적 부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유기준 전 장관은 지금의 위기 고조 국면과 관련해 우리측 당국자의 문제라기보다는 "북한 자체의 내부 문제도 있는 것 같다"라며 "(후임자를 지명하면) 청문회도 해야 하는데, 국회도 지금 엉망이 아니냐. 당분간 직대 체제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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