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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희한하게 돌아가는 이유


입력 2020.06.16 08:30 수정 2020.06.15 08:35        데스크 (desk@dailian.co.kr)

조국, 윤미향 사태에도 위기관리 공식을 따르지 않는 정권

집단신념과 이익공동체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정권을 운용하는 일은 끊임없이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정권 핵심부로 위기가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사후에라도 어떻게 하든 끊어낸다. 대개는 꼬리 자르기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다른 이슈를 내세워 관심을 돌려버린다. 하지만 광범위한 민심 이반이 우려될 때에는 읍참마속(泣斬馬謖)식 제살 도려내기도 불사한다. 권위주의적 군사 정권이든 민주화 정권이든 위기관리 공식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다르다. 조국과 윤미향 사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심 이반이 우려를 넘어 현실화가 되었지만 조 전 장관과 윤 의원을 지키기 위해 통치 에너지 손실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들의 비리 혐의가 정권 핵심을 직접 겨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데도 말이다. 유재수 감찰 무마 사태를 겪은 청와대 직원이 “세상이 희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탄식했듯이 왜 문재인 정권은 희한하게도 위기관리 ABC를 따르지 않는 것일까?


총선 직후, 운동권 출신에 정통한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섬뜩한 말을 들었다. “운동가요 ‘결전가’에 나오는 가사처럼 ‘돌아오지 않는 화살이 되어 기쁘게 싸우러 가는’ 집단이 존재하는 한 그들은 어떤 선거에서도 패배하지 않을 겁니다.” 출판사 사장이 지목한 그들 집단의 정체는 무엇일까?


70년대 학생운동은 선도적인 학생 일부가 재야인사들과 연계하여 벌인 반독재 민주화운동이었다. 80년대 초중반 학생운동은 ‘80년 광주’와 ‘전두환 군사정권’을 겪으며 민주화운동을 넘어 사회변혁운동으로 나아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개별 학생이나 개별 학교의 운동에 머물렀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이후 학생운동은 질적으로 변화하였다. 첫째, 개별 학교 운동에서 전대협-한총련을 거치며 수직 계열화된 전국 조직운동으로 변모했다. 조직 중앙의 논리와 결심이 개별 대학 학생회를 일사불란하게 지배하게 되었다. 둘째, 학생회가 대학 당국을 상대로 치열하게 투쟁을 벌여 일정한 자치권과 재정권을 획득했다. 학생회는 대학 당국과 별도로 학생회비 혹은 육성회비를 걷었고 학교 내에서 수익사업을 벌였다. 자치권과 재정권은 학생회를 이익공동체로 이끌었다. 매년 수많은 조직 활동가가 육성되었고, 이들은 전국 운동조직의 위계질서 속에 편입되었다.


수직 계열화된 전국 조직을 하나로 묶은 것은 <집단신념>이었다. 이들은 공동의 적을 설정하고 적을 공격하는 논리를 개발하고 공유했다. 권위주의적 군사 정권, 분단과 독재에 책임 있는 미 제국주의, 재벌, 강남 부자, 보수 언론이 공동의 적이었다. 나아가 대한민국 현대사 거의 대부분을 적대시했다. 반면 집단신념을 공유하는 자신들을 민주화, 반미 민족통일, 친노동, 친서민, 자유언론 세력이라 규정했다. 또한 한민족 근현대사에서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 해방공간의 단정 반대운동, 각종 민주화운동 및 노동운동의 후계자를 자처했다. 심지어 자신들을 조선의 마지막 개혁 군주인 정조의 후예이자 조선말 의병, 동학농민군, 상해임시정부 요인 및 독립군의 후예라 여겼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쳐 집단신념을 기반으로 치밀하게 얽힌 <이익공동체>를 만들어냈다. 대학에서 나와 노동운동, 시민운동, 환경운동 등으로 활동무대를 넓혔고 교사, 교수, 법조인 등 각계 전문 직역에 진출하였다. 해당 직역에서 집단신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조직을 만들고 다른 직역의 조직들과 연대를 추진했다. 드디어 문재인 정권 들어 청와대-국회-정부-지자체-공기업-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시민단체-사업적 기업-협동조합 등으로 얽힌 거대한 이익공동체가 완성되었다.


이들이 공유하는 <집단신념>과 이들이 만들어낸 <이익공동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집단신념이 의심받거나 도전받으면 이익공동체에 균열이 생긴다. 이익공동체의 균열은 다시 집단신념을 약화시킨다. 조국 장관과 윤미향 의원은 집단신념을 표상하고 이익공동체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들을 배제시키면 집단신념에 커다란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나아가 문재인 정권을 결사 옹위하는 이익공동체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정권의 위기관리 ABC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권이 ‘희한한 일’을 벌이는 이유인 듯하다.


ⓒ

글/김용태 전 국회의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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