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9년3개월 만에 최대 적자… 수출 급감ㆍ외국인 배당 몰린 탓

입력
2020.06.04 16: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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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부산항 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부산=연합뉴스
1일 부산항 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부산=연합뉴스

우리나라의 4월 경상수지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폭은 2011년 1월 이후 111개월(9년3개월) 만에 최대였다. 4월은 배당지급이 집중되는 시기인데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 급감까지 겹쳐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0년 4월 국제수지 잠정치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31억2,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4월 3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꼭 1년 만에 돌아온 적자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출 부진이 결정타였다. 4월 상품수지 흑자폭은 불과 8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 대비로 47억9,000만달러가 감소했다. 4월 수출 규모가 363억9,000만달러로 2010년 2월 이후 10년2개월 만에 최소치로 추락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지난해 4월 대비 13.5%,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20% 감소하고, 중국(-17.9%)과 동남아시아(-24.7%) 지역 수출도 급격히 줄었다.

수입 또한 유가 하락과 수출ㆍ내수 부진 영향으로 원자재ㆍ자본재ㆍ소비재 수입이 모두 감소하면서 지난해보다 16억9,000만달러 줄었다.

사실 4월 경상수지 적자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 매년 4월에 집중되는 배당 지급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도 경상수지는 적자였다. 올해 4월 본원소득수지는 22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는데 이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 지급액은 45억2,000만달러였다.

다만 배당지급액 자체는 작년 4월(67억달러)보다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역대 배당지급액 5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난해 미ㆍ중 분쟁과 교역 부진의 여파로 주요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배당 지출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올해 적자 규모가 커진 데에는 수출 급감으로 인한 상품수지 적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규모는 작지만 서비스수지 또한 14억2,000만달러 적자를 이어갔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소폭 개선됐지만 주요 정보기술(IT)기업의 상표권ㆍ특허권 사용료 수입이 줄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해처럼 경상수지가 5월에 다시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일 관세청이 발표한 5월 무역수지는 4억3,58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달 적자를 기록한 이후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배당 지급에 따른 적자요인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흑자로 돌아서더라도 규모는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를 570억달러 흑자로 전망했는데 이는 2012년(487억9,000만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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