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님, 왜 굳이 '미통당'이라 부르시나요

이유림 2020. 5. 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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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미래통합당의 공식 약칭은 '통합당'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미래통합당을 지칭할 때 '미통당'이라 부르곤 한다.

기사는 의원들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의 공식 약칭은 통합당임에도 불구하고 미통당으로 보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수정당(통합당)의 당명이 자주 바껴 입에 익지 않은 탓도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유독 '미통당'을 고집하는 데는 어감이 좋지 않은 약칭을 의도적으로 부르는 측면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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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비판할 때 고집하는 약칭..비하 의도 다분
열우당, 새민련, 자한당..유치하지만 민감한 문제
이완구 "이왕구로 불리면 좋겠나" 새민련 약칭 반대
정작 민주당은 자의적 약칭 사용..존중의 태도 아냐
2020년 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첫 원내대책회의. 배경막에는 미래통합당의 당명이 적혀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미래통합당의 공식 약칭은 '통합당'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미래통합당을 지칭할 때 '미통당'이라 부르곤 한다. 주로 통합당을 비판하는 SNS 게시글에서 볼 수 있다.


정의기억연대 출신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 유용 의혹이 제기되자 "보수언론과 '미통당'이 만든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12일 페이스북에서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했던 '미통당', 친일언론, 친일학자들이 총동원됐다"고 성토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15일 KBS 라디오에서 피고인 신분인 탓에 희망 상임위 법사위에 배치되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 "아마 '미통당' 쪽에서 딴지를 걸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듯하다"고 언급했다.


기사는 의원들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의 공식 약칭은 통합당임에도 불구하고 미통당으로 보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보수정당(통합당)의 당명이 자주 바껴 입에 익지 않은 탓도 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유독 '미통당'을 고집하는 데는 어감이 좋지 않은 약칭을 의도적으로 부르는 측면도 없지 않다.


황규환 통합당 청년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비하의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민주당을 '더불당'이라 한다면 기분이 좋겠느냐"고 반문했다. 상대 정당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당명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드러내거나, 유권자들이 솔깃해할 단어들을 조합해 만든다. 당명 약칭 문제로 신경전과 골머리를 겪어온 정치권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2003년 11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지도부가 창당선언문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적으로 2003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출범 당시,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열우당(劣友黨·열등한 친구들의 무리)'이라고 불렀다. 열린우리당은 약칭으로 '우리당'을 정했지만, 한나라당은 '우리당은 우리당(한나라당)이 아닌데 어떻게 우리당이라 하느냐'며 멸칭 성격이 있는 '열우당'으로 부른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약칭 '우리당'을 풍자하는 유종필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의 논평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대선자금 이중장부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간 사람들이 가져갔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우리당(열린우리당)은 우리당(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불법으로 가져간 우리당(새천년민주당) 경리장부를 우리당(새천년민주당)으로 즉각 반환하라"


2014년 4월 당시 박용진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이 국회 정론관에서 당의 이미지(PI, Party Identity)를 공개하고 있다.ⓒ데일리안

2014년에는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공식 약칭 '새정치연합'이 아닌 '새민련'으로 불렀다. 새정치연합은 충청권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새정치'의 이미지를 퇴색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당시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우리당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저열한 꼼수"라고 했다.


반대로 2017년 새누리당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개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약칭 '한국당' 대신 '자한당'으로 불렀다. 당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호를 당명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국당 약칭 사용을 거부했다. 하지만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바뀐 자유한국당의 당명 미래통합당은 특별히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당명은 선관위에 등록된 대로 부르는 게 원칙이다. 새누리당도 나중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식 약칭 '새정치연합'으로 불렀다. 당시 이완구 원내대표가 "저를 이완구로 불러주세요 하는데 '이왕구'로 부르면 안되지 않느냐"며 자당 의원들에게 주의를 주면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민련'으로 불렸을 때,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일부 언론과 정당이 당명과 약칭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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