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수험생 교재에 대기업·언론 불신 내용

유소연 기자 2020. 5. 6.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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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에 "미디어 권력 집중 깨야"
EBS "흥미롭다고 감수 받았다"
과거 정부서도 편향성 논란

대기업·대형 프랜차이즈 유통 업체가 지역 상권을 침체시키고, 기존 언론 매체는 '미디어 권력'이라고 표현한 EBS '수능특강 영어' 교재는 표지에 '2021학년도 수능 연계 교재'라고 돼 있다. 지난 1월 16일 발행됐는데 EBS에서는 정확한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다. 해당 교재가 수능 연계 교재인 만큼 50만명에 달하는 수험생의 상당수가 구입했을 것으로 입시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기업과 언론에 부정적 시각 강해

대기업·대형 프랜차이즈 관련 영어 지문(195페이지)은 '정답과 해설' 129페이지에 이렇게 번역돼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흔히 더 작은 규모의 지역 업체로부터 (여러분이 쓰는) 그 돈을 직접 가져간다. (중략) 전화번호부에서 대형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신할 지역의 대안(代案)을 찾아보라"는 내용이다. 소비자들이 대기업·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이용하면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지만, 지역 업체를 이용하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디어 관련 지문(73페이지)은 '정답과 해설'(43페이지)에 "첫 번째 단계는 미디어 권력의 집중을 깨는 것이다. 우리는 초국가적인 기업과 광고주의 통제 밖에 존재하는 독립적인 대안 미디어뿐만 아니라 비상업적인 공공 미디어 시스템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EBS "적합하고 흥미롭다" 판정받았다

두 지문은 대학교수·고교 교사 등으로 구성된 집필진이 기존 영문 서적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통상 EBS 교재는 자체 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집필진이 교차 검토해 초안을 확정하고, 모든 지문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를 맡는다. EBS 관계자는 "두 지문에 대해 평가원으로부터 '소재 적절함' '소재 적합하고 흥미로움' 등의 의견을 받았다"며 "특정한 사상이나 이념에 편향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문항들을 검토한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으며, (8번 문항처럼) 편파적인 언론관을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용 교재에 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굳이 써야 한다면 찬반을 동시에 다뤄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BS 수능특강 교재는 과거 정부에서도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다. 지난 2017년에는 '2018학년도 EBS 수능특강 한국사' 교재에 나온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문항 6개가 "박정희 전 대통령 치적 중심으로 출제됐다"는 논란이 있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이었는데 "EBS 수능 연계 교재의 수능 출제율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문항 자체가 대단히 편향적인 부분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EBS 교재 지문을 달달 외우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집필 과정에서 교과서에 준하는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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