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니 더 걱정입니다" 여당 압승에 숨죽인 기업들

심재현 기자 2020. 4.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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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니 더 걱정입니다." 4대 그룹 계열 A사의 김모 전무는 16일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총선이라는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진보 색채를 띤 집권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지금껏 가본 적 없는 길을 가게 됐기 때문이다.

전날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석 163석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의석 17석을 합해 총 180석을 확보, 야당이 반대해도 단독으로 원하는 정책을 얼마든 입법할 수 있게 됐다. 180석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상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을 충족하는 마지노선이다.

김 전무는 "정부와 여당이 단독으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할 힘을 쥐었다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서는 어제와 전혀 다른 세상이 열렸다는 것"이라며 "정책실권을 쥔 거대여당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공약 초점 기업규제…정책방향에 촉각
기업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지점은 민주당이 그동안의 정책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인지다.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펴낸 정책공약집을 두고 "현 정부 초부터 추진해온 대기업 규제 기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우려가 적잖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상생협력법이나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협력사와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복합쇼핑몰 영업 규제 등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계열 B사 대관 담당인 이모 상무는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며 수년간 재계가 반대해온 상법 개정안이 공약집에 실린 것을 보니 여전히 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삼성법 등 저격법안 우려도 고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단계적 추진 공약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도 수심으로 가득하다. 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당이 노동 존중가치 공약을 저버린다면 엄중한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총선 전 한국노총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고위급 정책협약을 맺었다. 노동계에서 총선이 끝난 지 하루만에 '청구서'를 들이밀면서 친노동 정책 강화를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특정 기업을 노린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선에 성공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법'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23%(1062만주) 가운데 15조원 이상의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국난극복 지원 추진력 확보" 유연성 주문
전문가들은 여당에 유연한 정책과 운용을 주문한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마주한 상황에서 당장 성장잠재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은 피하고 '포스트 코로나' 대응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노사정위 상임위원)는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비준하더라도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압도적 다수의 힘으로 정책을 밀어부친다는 생각이 아니라 유연한 접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노동시장 유연화나 교육개혁, 원격의료처럼 평시에 저항이 심했던 정책과 규제 완화를 이럴 때 추진해야 한다"며 "취약계층과 기업이 위기에서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다음에 구조조정을 통해 경기반등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주52시간제 보완 가능성…기업도 선제대응 준비
여권 일각에서도 2년 남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권 하반기 경제성과 창출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기존과 다른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총선 압승을 경제살리기 총력전으로 이어가면서 차기 정권 창출의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고민이다.

최운열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최근 한 유세에서 "정부가 너무 무리하게 최저임금 인상을 시행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문제도 정책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14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2%로 낮췄다. 올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1% 이후 첫 역성장이다.

재계 한 인사는 "거대 여당과 정부의 합심이 코로나 위기 탈출을 위한 어떤 경제 정책으로 이어질지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총선 이후 어떤 경제살리기 대책을 내놓을지를 두고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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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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