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동맹은 거래가 아니다"..한국엔 동맹 책임론 의미

박현영 2021. 2. 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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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연설했다. [EPA=연합뉴스]


"우리 파트너십은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적 가치의 풍요로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견디고 성장해왔다. 그것은 거래가 아니다. 쥐어짜내기 위한 것도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 연설에서 동맹 관계 복원을 제안하면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동맹의 정체성을 민주주의라는 가치 공유를 기준으로 삼았고, 동맹을 거래의 관점에서 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한 지 꼭 30일 만인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뮌헨안보회의 참석으로 미국의 다자주의 외교 복귀를 공식화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외교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년간의 고립주의를 버리고 세계 리더의 자리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미국이 돌아왔다. 대서양 동맹도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민주주의 동맹'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민주주의의 진전이 공격받고 있다”면서 “도전 과제 대처에 있어 독재정치가 최선책이라는 주장과 민주주의가 필수라는 주장이 논쟁을 벌이는 변곡점에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가 승리할 것이며, 반드시 그래야 한다"면서 "민주주의는 우연히 생기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방어하고, 그것을 위해 싸우고, 강화하고,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힘과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파트너들과 협력한다면 우리는 모든 도전에 대처할 수 있고 모든 도전자를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권위주의적 정권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콕 집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중국과의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중국과의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는 내가 기대했던 바이고, 환영하는바"라면서 "미국과 유럽이 인도·태평양에 있는 동맹과 함께 지난 70년간 열심히 노력해 쌓아 올린 글로벌 시스템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에게 반중국 전선에 미국과 함께 서라고 제안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함께 할 동맹으로 언급한 인도·태평양 동맹에는 한국이 일본, 호주 등과 함께 꼽힌다. 독재정권과 민주주의 진영을 이분법으로 나눈 뒤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묻는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을 예고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 대화체인 '쿼드' 참여,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 장비를 비롯한 중국산 첨단 기술 제품 사용 제한 등에서 바이든 행정부 역시 동맹국의 동참을 요구할 것인 만큼 한국의 '모호성 외교'에서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바이든의 동맹론은 원칙에 입각한 외교로의 복귀도 시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톱 다운'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 북한 인권 탄압과 독재 체제에 예민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문제를 포함해 북한에 대한 정책을 포괄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해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둘러싼 한·미 관계에도 여파를 예고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놓곤 이미 미 국무부, 국방부 등이 사실상 '지지하지 않는다'는 표명했다. 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출발점으로 삼자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는 '북한 인권'에도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원칙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동맹인 '대서양 동맹'을 먼저 추슬러 다자 외교의 틀을 다시 세울 계획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우리의 대서양 관계는 긴장 상태였고, 시험대에 올랐지만 이제 미국은 유럽을 다시 끌어안고 협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 위치를 되찾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유럽 국가들이 일단 미국 우선주의의 종언을 환영하고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축하했지만, 간간이 속내도 비쳤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전략적 자율성'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도 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과 독일을 가리켜 "우리의 이익이 항상 수렴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전략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말했다. 유럽 국가들은 중국, 러시아와 경제와 에너지 분야 협력이 긴밀하기 때문에 양가적인 태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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