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심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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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2. 오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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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8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2.8 연합뉴스

최근 검사장급 인사에서 정권의 재신임을 받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에게 검찰 선배인 석동현 변호사가 “자리 보전하고 영전까지 했는데 양심은 어디서 엿 바꿔 먹은 거냐”고 했다. 당신들에게도 양심이란 것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 지검장과 심 지검장은 법 집행을 포기하고 법 집행 방해의 길로 나선 지 오래다. 정권 불법 수사를 깔아뭉개는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김학의 불법 출금같이 명백한 위법에 대해 수사를 못 하도록 막았고, 정권이 억지로 꿰맞춘 채널A 기자 사건은 무혐의 처리를 못 하도록 끝까지 버텼다. 검찰총장을 몰아내려는 정권 시도에 적극 가담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그래서 후배 검사들로부터 “당신이 검사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정권이 새 선물로 던져준 유임, 영전을 받고 눌러앉았다. 양심이란 것이 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있나.

한 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김 대법원장은 정권이 판사들을 겁박하기 위한 탄핵을 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다. 대법원장 자리 보전을 위해 후배 법관을 희생양으로 바치고도 ‘그런 일 없었다’며 거짓말까지 하다 탄로 났다. 대법원장이 거짓말했다는 소식에 판사들은 “앞으로 법정에서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을 어떻게 하나”라고 한탄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바로잡도록 하는 것이 양심의 작용이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더 나은 법원을 위해 한번 잘해보겠다”고 딴청을 부리며 버틴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런 식으로 나오겠나.

김미리 판사는 청와대 울산 선거 공작 사건이 기소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정식 공판을 한 번도 열지 않고 있다. 막가는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종섭 판사는 ‘사법 농단' 재판을 편파적으로 운용한다는 이유로 기피 신청된 적 있지만 몇 년째 그 자리서 움직이지 않으며 이 재판을 맡고 있다. 사건 청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다. 이들도 영전할 것이다. 양심은 옳고 그름,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것이다. 양심이 없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2021.02.08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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