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생일 즈음, 두번이나 '달님에 바치는 노래' 튼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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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02. 오후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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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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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KBS ‘열린음악회’에서 방송된 ‘Song to the moon’ [방송 캡처]

우연의 일치일까, 준비한 프로젝트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이던 지난 1월 24일 KBS ‘열린음악회’에서 울려 퍼진 노래 ‘Song to the moon’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Song to the moon’은 원래 안토닌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Rusalka)’에 등장하는 곡이다. 인어의 모습을 한 주인공 루살카가 달을 바라보며 왕자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해달라고 노래한다. 흔히 ‘달님에게 바치는 노래’ 혹은 ‘달에게 부치는 노래’로 번역된다.

문 대통령의 영문 성(姓) 표기는 ‘Moon’이다. 그래서 지지자 사이에선 문 대통령을 ‘달님’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런 까닭에 이날 열린음악회 마지막 곡으로 선택된 ‘Song to the moon’이 문 대통령의 69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노래가 아니냐는 얘기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대부분 KBS의 선곡 의도를 의심하는 비판 글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최근 5년간 KBS 라디오와 TV에서 ‘Song to the moon’ 음원을 사용한 적이 있는지 내역을 제출하라고 KBS에 요구했다. 그렇게 해서 KBS에서 돌아온 답변은 5년간 단 두 번이었다. 그것도 두 번 모두 열린음악회였다. 아리아의 특성상 다른 프로그램에서 선곡하기는 어려운 특성이 있을 수는 있다.

KBS, 최근 5년간 딱 2번 ‘Song to the moon’ 음원 사용

문제는 전파를 탄 시기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2019년 1월 27일과 2021년 1월 24일이었다. 첫 방송 때는 문 대통령의 생일과 가장 가까운 방송일이었고, 두 번째는 문 대통령 생일 당일이었다.

첫 방송 때 선곡 이유에 대해 KBS는 “출연자가 (‘Song to the moon’을 포함한) 4곡을 제안했고, 제작진은 회의를 통해 그 중 (‘Song to the moon’을 제외한) 2곡을 선곡해 출연자에게 의견을 전달했지만 출연자 측에서 두 곡 중 한 곡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최종 2곡을 선곡했다”고 밝혔다. 결국 제작진이 아닌 노래를 부른 출연자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2019년 1월 27일 KBS ‘열린음악회’에서 방송된 ‘Song to the moon’ [방송 캡처]

문제는 두 번째 방송이다. KBS는 “해당 방송 회차는 우리의 귀에 친숙한 영화음악을 주제로 꾸며졌으며, ‘Song to the moon’ 역시 영화 ‘드라이빙 미스데이지’에 삽입된 유명 오페라 아리아로서 선곡된 것”이라고 했다. 첫 번째 선곡 때처럼 누가 이 노래를 고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2번 모두 文 생일 즈음 열린음악회 방송

최근 방송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이유는 2019년 1월과 2021년 1월 사이에 ‘Song to the moon’이 한 차례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진혜원 서울 동부지검 검사는 2020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Song to the moon’ 영상을 공유하며 “김정숙 여사님께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계시는데도 야한 드레스를 입고 찬가를 부른다”고 적었다. 그러자 당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북조선이나 남조선이나 조선은 하나다”라며 “북에는 인민의 태양이 계시고, 남에는 국민의 달님이 계신다”고 꼬집었다.

진혜원, ‘Song to the moon’ 공유하며 “찬가를 부른다”

KBS는 ‘해당 음원이 2020년 SNS 등에서 대통령 관련 곡으로 논란이 있었는데 몰랐느냐’는 박대출 의원실의 질의에는 “(선곡 이유는) SNS 상의 논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했다.

두 번째 방송에서 노래를 부른 소프라노 강혜정씨와 청와대의 인연도 주목받고 있다. 강씨는 2018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 때 소프라노 조수미 등과 함께 모스크바 국립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 기념 한·러 클래식 음악회’ 공연에 참여했다.

KBS는 오비이락이란 입장이지만 최근 수신료 인상 논의와 맞물리며 KBS 안팎에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KBS 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KBS는 대통령 칭송방송 아닙니다’ 제목의 성명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달님 생신 축하 타령으로 온라인을 도배하고 있던 그 시간에 공영방송 KBS가 온 가족이 시청하는 열린음악회의 엔딩곡으로 ‘Song to the moon’을 연주한다면 그 곡이 그저 너무나 아름다운 아리아 명곡으로만 들릴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KBS 노조, ‘KBS는 대통령 칭송방송 아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KBS는 스스로 46.4%가 억대 연봉이라고 주장한다”며 “대통령 생일날 ‘Song to the moon’을 방송하는 방송국 치고는 지나치게 높은 고액 연봉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박대출 의원은 “‘Song to the moon’이 ‘Song to the 文(문)’이었는지 혼란스럽다”며 “수신료 인상은 시기상조다. 북한 퍼주기, 문비어천가 포기하고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되면 추진하는 게 순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논란 안타까워…어떤 의도도 개입되지 않아”

파장이 커지자 KBS 열린음악회 제작진은 2일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고 “예기치 못한 논란에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제작진은 (선곡 과정에서) 주제를 벗어나는 어떠한 의도도 개입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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