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제보자, 매일 술 사진 올리는데 "못 찾겠다"는 법원

박국희 기자 2021. 1. 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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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화면/MBC

‘채널A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가 MBC ‘검언유착’ 제보자인 사기 전과자 지현진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며, 그간 5차례의 증언을 거부해 온 지씨의 검찰 신문 조서를 직권으로 증거 채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정 증언을 거부한 참고인의 검찰 조서는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없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재판에서 그간 법정 증언을 5차례 거부해 온 지씨에 대해 “지씨가 현 주거지에 거주하지 않고 월세도 안 내고 있다. 지씨를 찾을 수 없고 소재 파악이 힘들다”며 검찰에서 작성된 지씨의 ‘피해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 MBC 제보자인 '제보자X' 지현진씨가 '이오하'라는 가명으로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페이스북

지씨는 채널A 기자가 취재하려던 이철 전 VIK 대표와 일면식도 없으면서, 채널A 기자가 작년 초 구치소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자 이 전 대표의 대리인 행세를 하며 채널A 기자를 만나 모든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MBC에 ‘검언유착’이라며 작년 2월 제보했다. 그는 다수의 횡령·사기 전과로 과거 실형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씨는 작년부터 최근까지 재판부의 5차례에 걸친 증인 출석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법조계에서는 “MBC에 했던 ‘검언유착’ 제보가 거짓말로 드러나 법원에서 위증죄로 처벌될까봐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는 MBC에 했던 제보 내용을 법정에서 진술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씨는 “한동훈 검사장 조사 전에는 증언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억지라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한 검사장은 검찰이 채널A 기자 재판에서 증인으로도 신청하지 않았을 만큼 이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끝낸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미 한 검사장 무혐의 보고서를 올렸지만 이성윤 지검장이 결재를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이후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서울중앙지검 제공

그럼에도 박 부장판사는 “지씨의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검찰 신문 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식이면 앞으로 검찰이 수사 하면서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와 진술하지 못할 사람들의 거짓말 일방 조서를 모두 받아놓고, 정작 재판에서 증인 출석을 못한다고 하면 그 거짓말 조서를 모두 증거로 채택해 재판한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검찰 참고인의 수사 당시 일방적인 조서에 대한 증거 채택 여부는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법정에서 증인 신문을 하고 피고인 측 동의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2019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참고인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하고서도 법정 증언을 거부하면 그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검찰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은 ‘사건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법관의 면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을 채택하고 있다”며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와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가 아닌 경우’ 모두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한 진술을 법정에서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수사기관에서 진술이 허위일 수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이 경우 (재판에서) 반대신문을 통하여 증인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의 진위 여부를 음미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지씨는 페이스북에 MBC 기자 등과 술마시는 사진 등의 게시물을 자주 올리지만 재판부는 "지씨의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그의 법정 증언을 듣지 않았다/페이스북

더욱이 지씨는 최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 기자 등과 술을 마시는 사진 등을 자주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마음만 먹으면 지씨를 강제 구인할 수도 있지만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다”며 지씨의 법정 증언도 듣지 않고 검찰 신문 조서를 증거 채택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채널A 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하려는 심증을 굳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채널A 기자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이철 전 VIK 대표는 작년 10월 증인으로 재판에 나와 “지씨와 채널A 기자가 계속 만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고 어떤 내용의 교감이 있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검찰에서 유시민 관련 질문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었다.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해 유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고 했다는 것이 MBC가 주장한 ‘검언유착’ 의혹 뼈대인데, ‘채널A 기자-지씨-이 전 대표’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끊겼고, 이 전 대표는 검찰에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조사를 받지도 않았으며, 정작 최초 제보자인 지씨는 ‘검언유착’에 대한 법정 증언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채널A 기자 측은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냈다는 편지 하나만 가지고 재판부가 선고를 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채널A 기자 측이 작년 10월 신청한 보석(조건부 석방)도 석달 넘게 결론내지 않고 있다. 채널A 기자는 오는 5일 6개월의 구속 기간이 만료된다. 재판부가 채널A 기자 구속기간 만료 시점에 맞춰 유죄 선고를 내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법조계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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