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대통령의 반역(反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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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시대, 그러니까 임금이 다스리던 시대에 가장 큰 범죄는 무엇일까. 그렇다. 그것은 부모님을 해친다든지 하는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을 거스른 죄가 있겠다. 그것보다 큰 죄과, 즉 같은 성씨를 쓰는 집안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죽이거나 귀양 보내는 죄과, 그것은 반역죄다. 흔히 ‘역적(逆賊)’이라고 부르는 죄인이다.

그런데 왕조시대에 반역죄를 저지를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이 있는데, 그게 누구일까. 그렇다. 바로 임금 자신이다. 역적이란 자기 나라 임금에게 반역죄를 저지르는 사람인데, 임금이 자기 자신에게 반역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요즘 시절에는 임금도 반역죄를 저지를 수 있다. 바로 대통령도 반역 죄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엊그제 문화일보 주필은 이런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대통령도 반역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그렇다. 대통령도 반역 죄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치를 파괴하거나, 안보를 포기하거나, 매국(賣國), 즉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반역이라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앞서 말씀 드린 칼럼에서 열거한 가장 최근 사례만 말씀 드리겠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출국을 막으려고 법무부와 검찰의 친(親)정권 인사들이 공문서를 위조했다. 그게 드러나자 그 사실을 뭉개려고 했다. 그런 불법 행위에 연루된 사람들에게 오히려 핵심 보직을 맡겼다. 정권 차원에서의 공문서 위조, 사실 은폐, 불법 혐의자들의 영전 보직,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다. 바로 ‘법치 파괴’다. 그것이 바로 칼럼에서 지적하듯 “정권에 의한 법치 파괴다.” 정권에 의한 법치 파괴란 다른 말로 바꾸면 대통령 자신에 의한 반역이란 뜻이다.

지난주 북한 김정은이 전술 핵무기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서방 쪽 군사전문가들이 추측으로 내놓은 기사가 아니다. 김정은이 본인 입으로 말했고, 평양의 관영 매체가 공식 보도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응당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면, 강력히 경고하고, 확고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 “대전환을 이룰 수 있다.” 그러자 통일부는 4월까지 비대면 회의실 구축에 나섰다. 같은 날 북한 김여정한테는 “특등 머저리들”이란 조롱을 들었다.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해수부 공무원을 사살하고 불태워도 항의를 하기는커녕 저자세로 절절맸다.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다. 바로 한 나라의 국가 원수가 안보를 포기한 행위다. 앞서 말한 칼럼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안보 포기는 반역이다.”

문재인 정권이 나라 전체에 해악을 끼친 가장 큰 잘못은 탈원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절름발이로 만들어버린 정책이 탈원전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삼중수소 괴담까지 퍼뜨리고 있다. 경제성 조작으로는 먹혀들지 않자 삼중수소 괴담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정말 천신만고 끝에 확보한 세계 최고의 원자력 발전 경쟁력을 죽이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다. 바로 “국익을 팔아먹는 매국이다.” 대통령과 정권이 국가의 이익을 팔아먹는 매국 행위를 한다면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렇다. 바로 대통령이 저지르는 반역 행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영업이익을 뺏어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나눠주라는 ‘코로나 이익공유제’,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라는 나라의 근본 뿌리는 흔드는 발상이다. 그것을 대통령과 청와대의 묵인 하에 집권 여당에서 불을 지피고 있다. 조금 기다리면 주택 공유제, 재산 공유제, 소득 공유제까지 나올 판이다. 이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국기 문란이요, 국헌 문란이다. 앞선 정권에서 최순실 씨가 만든 무슨무슨 문화재단·체육재단을 저 사람들이 국정농단이라고 불렀는데, 그런 것은 이익공유제에 비하면 애들 장난도 아니다.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국헌 문란, 그것은 바로 정권이 저지르는 반역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이렇게 천명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서방 세계의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헌법에 천명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집권 세력들은 5·18 왜곡 처벌법, 그리고 대북전단 금지법 같은 위헌적 법률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이것 역시 국가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국헌 문란이요, 반역적 죄과가 되는 것이다.

선거법을 제멋대로 고쳐서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희귀한 괴물 정당이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든 죄과도 결코 가볍지 않다. 다른 나라에 부끄러운 제도다. 국정원이 갖고 있던 대공수사권을 통째로 경찰에 넘겼는데, 전술핵 무장을 천명한 적대국가와 155마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국가가 할 짓이라곤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포기했다고 말해주면 아마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는 2025년부터 전면적으로 폐지될 운명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이것을 함부로 허물고 있다. 김해 신공항은 백지화하고 10조원을 들여 가덕도 신공항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 부산 시민들을 위해서라면, 부산에 살고 계시는 우리 애청자들을 위해서라면 신공항을 열 개를 지어도 된다. 다만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전국적으로 신공항이 서너 개씩 더 생길 수 있도록 만든 정권과 그 죄과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지금부터 더 열거할 수 있는 정권의 ‘반역 죄과’는 쌓여 있다.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만 하겠다. 여러분이 지인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시면 정권의 반역 죄과를 몇 시간 동안 얘기를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오늘의 결론은 이렇다. 정권이 법치 파괴, 안보 포기, 매국 행위, 이런 행위를 할 때 우리는 그것을 반역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ki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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