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직 대통령 사면,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 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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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15. 오전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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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두 전직 대통령 기결수 수감
정쟁과 국민 분열 막으려면 결단 필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어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새누리당 공천 개입의 형량(2년)을 더하면 총 22년형에 해당한다. 2017년 3월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형기를 다 채울 경우 만 87세인 2039년 3월 출소한다.

박 전 대통령의 형이 최종 결정됐다는 건 그가 사면 대상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이후 꾸준히 사면 주장이 나왔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공허했다. 그러다 올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고 밝히면서 사면이 다시 공론화됐다. 하지만 여권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하자 이 대표는 “사면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 보겠다”고 물러섰다.

정작 대법원 판결이 나온 14일 정치권은 신중했다. 역풍을 겪은 이 대표는 또다시 사과론을 꺼냈다. 국민의힘은 ‘사면’은 한 자도 들어가지 않은 논평을 내고 “법원의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청와대 공식 입장도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이 구현된 것이고,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의미한다”였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야가 아무리 원론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해도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이상 사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당장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사법적 결정을 넘어 대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사면할 수 있다. 당사자의 반성을 요구하는 여권과 지지자들의 협량에 대통령은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24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때처럼 두 전직 대통령의 동시 수감이 되풀이되자 국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오랜 기간(3년9개월)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부 보수 유권자들은 “여권이 지금까지 보인 태도를 보면 올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과 내년 대선에서 사면 카드를 활용할 것”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처럼 사면 요구가 거세어질수록 여야 간 정쟁이 악화되고, 국민 간 반목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건 사면의 키를 쥔 문재인 대통령이다. 정의당은 이날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사면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 기간만큼 혼란과 국론 분열은 가중될 것이다. 사면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불을 보듯 뻔한 혼란을 지켜만 볼 것인가, 나서서 수습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대통령에게 달렸다. 문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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