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폭탄주 직접 돌리고 "형님"..우리가 아는 안철수 맞아?

현일훈 2021. 1.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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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두고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7년 대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착하고 순하게만 봤는데 강단이 있다”(페이스북)고 새롭게 평가를 했을 정도다. 안 대표는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중인데, 정치권에선 “선제적 출마 선언 효과도 있겠지만 스킨십과 똑 부러진 메시지 등이 어필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의 변신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말 출마 선언(12월 20일) 전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김무성·강석호 전 의원 등에게 출마 계획을 알렸다. 그에게서 전화를 받은 국민의힘 관계자는 “출마를 전하면서 ‘도와달라. 많은 조언 부탁한다’고 해 솔직히 놀랐다. 내가 알던 안철수가 맞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 대표는 반듯한 ‘샤이 모범생’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시장 출마 관련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6일 김종인 위원장과 새해 인사를 겸해 만났을 때 그는 문 밖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친근하게 대했다고 한다. 안 대표가 안부를 묻는 식으로 계속 살갑게 굴자, 김 위원장도 표정을 풀더니 헤어질 때쯤 "입당해 같이 하자. 정해지면 연락 달라"며 웃었다는 게 양당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가 어려운 건 사람 마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정치인에겐 설명할 책임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최근 안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통화가 끝날 무렵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술을 입에 잘 대지 않았던 안 대표가 연말 식사 자리에서 폭탄주를 직접 돌렸다는 목격담도 나온다.

주변 사람들이 안 대표의 곁을 많이 떠나갔다는 점은 그동안 그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에 대해 안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그동안 안 대표와 여러 선거를 치르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는데 최근엔 ‘나와 함께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듣고 있다”고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 대표는 원래 신중한 스타일이다. 현안에 대해 즉각적인 입장을 내기보다는 공부한 뒤에 입장을 밝히곤 했다. 하지만 요즘엔 이런 점도 달라졌다고 한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회의 후 기자들이 현안 관련 질문을 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답한다. 발언 수위도 강해 조마조마하다”며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더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여권에 날을 세우는 그의 발언을 보면 국민의힘보다 더 강한 톤일 때가 많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선언 때도 “야권의 단일 후보로 정권의 폭주를 멈추겠다”, “무도한 정권의 심장에 직접 심판의 비수를 꽂겠다” 등의 발언이 화제가 됐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며 눈썹 문신도 했다. 안 대표 측은 “눈썹을 올리는 식으로 문신을 했다. 여러모로 잘 보이기 위한 노력 중 한 가지로 봐 달라”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방안 등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보여 “지지율이 상승하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룰을 두고 국민의힘과 다투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라며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당분간 정제된 발언을 하고, 정책 선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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