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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2조 폭증”…고삐 풀린 자영업자대출에 은행 ‘진퇴양난’


입력 2021.01.07 06:00 수정 2021.01.06 14:00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5대 은행 작년 말 관련 대출 270조…전년比 13%↑

정부 지원 압박에 부실 우려 확산…“모니터링 강화”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이 지난해에만 32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이 지난해에만 32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내준 대출이 지난해에만 32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이 심해지자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향후 대출 연쇄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를 주문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은행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진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270조8672억원으로 2019년 말(239조4193억원) 대비 13%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연간 증가율(7.5%)를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이 기간 NH농협은행의 자영업자대출이 가장 크게 늘었다. 작년 말 NH농협은행의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41조7791억원으로 2019년 말(34조8664억원)보다 19.8% 뛰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46조7849억원에서 54조3875억원으로 1년 새 16.2% 증가했고 하나은행도 44조8320억원에서 50조2108억원으로 11.9% 올랐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각각 69조2215억원에서 76조8005억원으로, 43조7145억원에서 47조6894억원으로 10.9%, 9.0%씩 상승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자영업자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충격에 매출이 떨어지자 운전자금, 생계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성탄절과 연말 대목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12월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소상공인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매출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오는 17일까지 연장되면서 새해 초에도 매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음식점은 오후 9시까지만 매장 영업이 가능하고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할 수 있다. 커피전문점은 아예 매장 영업이 안되고 포장·배달만 허용되며, 수도권의 경우 헬스장, 유흥업소는 물론 노래방도 계속 문을 닫아야한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자영업자대출은 불안요인이다. 자영업자들의 경영 여건이 나빠지면 빚 상환 여력도 떨어져 향후 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여신 건전성 악화를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되지만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를 주문하고 있어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은행업감독규정 일부개정 변경예고를 통해 은행권 예대율 산정 때 개인사업자대출 가중치는 올 상반기 85%, 하반기 95%를 각각 적용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강화를 위한 예대율 완화조치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가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작년 4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 조치 일환으로 지난해 취급되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예대율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춘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올해에도 자영업자대출 수요는 꾸준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지원 방침에 따라 당장 대출을 줄일 수는 없겠지만 부실여신 증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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