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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폭주…민생 실패…"힘 과시하다 망한 정권 많다"

[그래도 정치가 희망이다]

<중>혐오를 넘어 참여로

'4·19'·열린우리당 소멸·촛불 등

민심, 부풀어진 권력 반드시 심판

불도저식 정책 文·巨與에도 경고

지난 2004년 4월 14일 문재인(뒷줄 네번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김부겸, 임종석 등 단식 중인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등과 부산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의 부산 싹쓸이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만큼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국민이 없습니다. 국민들은 확 밀어줬다가 확 등을 돌립니다. 숫자의 힘으로 밀고 갈 수 있다는 생각과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6일 새해부터 현 정세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놨다. 범여권을 포함해 180석에 달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연말 국회에서 예산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경제와 산업계에 큰 파장을 주는 기업 규제 3법을 일방 처리하며 힘을 과시했다. 거대 여당은 200석이 필요한 헌법 개정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할 수 있는 권력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권력을 휘두르다 국민의 외면을 받은 현대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연합뉴스


부풀어진 권력의 힘을 빼버린 현대사는 가까이 있다. 열린우리당이다. 지난 2004년 국회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한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절반을 넘는 152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이 됐다. 열린우리당은 시대적 과업을 앞세우며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법·사학법·언론개혁법 등 4대 개혁에 몰입했다. 권력투쟁에 힘쓰고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민생 문제를 잡지 못하자 민심은 열린우리당을 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고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오만함으로 무너진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민심이 권력이라는 거대한 배를 뒤엎은 것은 보수 정권이 더 많이 경험했다. 열린우리당의 실패로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 보수 진영인 자유선진당(5석)을 합치면 157석을 보수 진영이 차지했다. 하지만 친박계와 친이계는 10년간 내부 권력투쟁에 몰입하고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국가적인 재난에는 허둥지둥했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고 정권은 교체됐다. 새누리당의 후신인 국민의힘은 현재 의석이 102석에 불과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힘없어 망한 정권보다 힘자랑하다 망한 정권이 많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뼈아픈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열린우리당과 새누리당의 추락은 대한민국 현대사가 ‘귄위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만들어진 것을 외면한 결과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헌정(1948년 헌법 제정)을 시작한 이승만 정권부터 끌어내렸다. 이승만 정부는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1960년 선거를 5월에서 3월로 앞당기고 3~5인 공개투표를 하며 온갖 부정을 일삼았지만 국민들의 시위에 권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1978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다시 오르며 서슬 퍼런 유신 체제가 절정에 이르자 국민들은 같은 해 12월 12일 치러진 10대 총선에서 유신 체제를 지탱하던 공화당(31.7%)보다 야당(신민당 32.8%, 민주통일당 7.8%)에 표를 몰아줬다. 당시 대외적으로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고 내부적으로는 중화학공업 중복 투자로 공장 가동률이 추락하며 민생이 흔들렸다. 유신 체제는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민심이 표출된 10대 총선은 유신 체제가 몰락하는 도화선이 됐다. 유신 체제는 1년도 안 된 1979년 막을 내렸다. 뒤이은 전두환의 신군부 역시 국민들의 요구에 직선제를 도입하며 권력에서 물러났다. 아무리 힘 센 권력도 민심의 파도를 넘지 못한 것이 우리 현대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인 2016년 12월 27일 당시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수평적, 주기적인 정권 교체를 택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등 진보와 보수가 정권을 바꿔 가졌다.

하지만 권력이 폭주하는 순간 이 주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지지율이 80%(리얼미터·한국갤럽)를 넘었지만 집권 4년 차인 현재 30%대로 추락한 것이 민심의 경고이기 때문이다. 보수 정권의 실정에 국민들이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어 문재인 정부를 만들었지만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로 경제의 혈맥이 느려진 현재의 민심이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4년간 국민 통합과 협치에 나서기보다 지지층에 기대 분열과 편 가르기에 몰두해온 결과라는 진단도 있다. 총선에서 174석을 얻은 집권 여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법 독주를 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위험한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정치를 하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다수결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의견이 다른 진영과 합의를 이뤄가는 협의의 정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성 지지층이 길거리 시위에 나서고 이에 기대 양극단의 정치를 할수록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 받는다고도 조언했다. 최 교수는 “(국민들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해 저항했고 민주화 이후에는 자유롭게 정권을 교체하는 경험을 확립하며 정권을 심판하고 있다”며 “잘못된 정책·정권에 품었던 희망이 실망이 되고 기대에서 벗어나면 우리 국민들은 언제든지 생각을 바꾼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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