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3 후보'로 주목되는 이유 [뉴스+]
잠룡은 두 종류로 대별된다. 스스로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릴 줄 아는 독립형. 남이 차려준 밥상을 떠먹으려는 숟가락형. 고건·반기문은 후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자에 꼽힌다. 지지율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하면 독립형에 가까워 제3후보로 주목된다. 여권의 모진 시달림을 버티며 국민 지지를 받는 걸 보면 싸울 줄 아는 스타일이다. 그가 제3후보로 나선다면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3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여론조사전문기관 인사이트K 배종찬 소장의 얘기를 들어봤다.
- 윤 총장의 대선 출마를 어떻게 보나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 개혁을 내세워 윤 총장과 갈등하면서 여권 지지층이 많이 돌아섰다. 중도층이 가장 많이 이탈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이 중도층을 최대로 흡수한 사람이 윤 총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를 재가하면서 대립각이 더 세워졌다. 중도층이 윤 총장으로 더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는 손해를 보고 있다. 두 사람이 중도층 지지를 나눠 가졌는데, 윤 총장에게 뺏기고 있다. 윤 총장이 지금 같이 지지율 선두 자리를 유지한다면 정치나 출마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도전해 성공하지 않더라도 거물로 남아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다.”
- 여론 흐름은 어떤가
“윤 총장은 지난 24일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됐을 때 정치에 선을 긋는 발언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대신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존의 헌법, 법치에다 상식을 추가했다. 상식의 반대말은 몰상식이다. 현 정권과 문 대통령, 추 장관이 몰상식하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윤 총장은 자기가 그런 말을 하면 언론에 도배될 것임을 알면서도 상식을 추가했다. 이 부분에서 대권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1년간 추 장관과 싸우면서 인사권 전횡 등으로 후배 검사들이 불이익을 당한 것을 보면 권력의지가 생길 만도 하다.”
- 윤 총장이 헌법과 법치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헌법과 법치는 대통령(의 통치권)보다 상위의 가치 개념이다. 앞으로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 윤 총장이 이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임기를 마치기만 하면 된다. 지금처럼 감정적 대응을 피하고 법리적 대응만 하면 된다. 윤 총장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이 자체만으로도 최대의 선거전략이 될 수 있다. 굳이 정치적 행보를 할 필요가 없다. 또 정치적 대립 가치를 앞세우는 것으로는 버틸 수 없다.”
- 윤 총장은 국민의힘에게 어떤 존재인가.
“차기 경쟁에서 국민의힘 주자들은 무기력에 빠져 있다. 윤 총장이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의 지지도 가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윤 총장이 막판에 빠지면 국민의힘에겐 치명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윤 총장이 민주주의 근간인 헌법, 법치를 강조하는 것은 국민의힘에게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헤매고 있는 제1야당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통해 중도층 지지를 얻어야 여당을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허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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