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향한 '최악의 2차 가해' [현장메모]

정지혜 2020. 12. 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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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 성폭력을 고소한 피해자의 인권이 또 한번 침해됐다.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시민 연대체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피해자를 향한 이 같은 공격이 지난 150여일 동안 방치 및 양산돼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6일 박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참모들이 "맥락을 삭제한 자료는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므로 폭력"이라며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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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지원하는 여성·시민단체 연대체인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지난 28일 서울시청앞에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 유포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 성폭력을 고소한 피해자의 인권이 또 한번 침해됐다. 피해자 A씨의 실명이 담긴 자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초 유포된 뒤 하루도 되지 않아 10여개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퍼졌다. 자료 유출자를 서울경찰청에 고소한 A씨는 전날 4시간여 경찰 조사를 받았고, 신상 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계는 “최악의 2차 가해가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시민 연대체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피해자를 향한 이 같은 공격이 지난 150여일 동안 방치 및 양산돼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일부 고위층이 위력 성폭력 의혹을 부정하고 무마하려는 일을 지속하는 가운데, 피해를 호소한 직원 개인에 대한 신상 색출 시도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법이 보장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는 침해됐고, 피해자의 일상은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다. 부당한 인권 침해에 침묵하지 않은 여성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이 같은 폭력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의 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 경찰,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2차 가해 행태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동행동 측은 지난 10월부터 지속적으로 A씨의 2차 피해가 심각함을 알려왔지만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고, 사태는 이 지경에 이르렀다. 언제나처럼 피해자는 부당한 여론 재판의 희생양이 된 고통을 오롯이 감내하고 있다. 공분한 시민들은 피해자 공격을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각 기관이 이제라도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

정지혜 사회2부 기자
실명 공개에 따른 성폭력처벌법 저촉을 넘어 피해자가 쓴 편지가 위력 성폭력을 부정하는 증거라는 주장은 억측이며 언어도단에 불과하다. 심기 보좌를 요구받는 비서실 업무의 특성, 말단 직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사이의 엄청난 권력차, 여성 노동자에게 암묵적으로 기대되는 감정노동의 수행에 이르기까지 지워진 맥락이 많아서다. 통계적으로 대부분 성폭력 범죄가 친밀한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위력 성폭력의 경우 인사권을 쥔 상사에게 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부하 직원의 태도를 상사가 곡해함으로써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책임은 더 힘이 있는 상사의 몫이다.

세 통의 편지 모두 박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므로 업무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거나, 셀카나 전화 등 가해 행위와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상사의 생일 축하 편지를 써야 하는 노동 환경에서 오히려 위력의 존재와 행사를 읽어낼 수도 있는 부분이다.

지난 26일 박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참모들이 “맥락을 삭제한 자료는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므로 폭력”이라며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정치인 박원순을 지지했던 이들이 피해자 공격에 계속 열을 올리는 모습은 고인의 명예를 한번 더 훼손하는 행위일 뿐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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