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몇 마디면 책무 끝인가"..청와대의 '백신' 브리핑, 논란만 더 키웠다

이슬기 2020. 12. 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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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지시해 책임 없다?..사과해도 모자랄 판"
"대통령 잘못 없다는 주변인 구조가 더 문제"
'생산국 먼저 접종' 발언은 '팩트 오류' 지적
문재인 대통령(자료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지시 사실을 강조한 청와대의 서면 브리핑 이후 '백신'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23일 '최선을 다해 백신을 확보하라'는 말 몇 마디면 대통령의 책무가 끝나는 것이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는 청와대의 브리핑에 "맙소사!! 백신보다 더 중요한 정치현안이 어디 있나요"라며 "백신에 신경쓰라고 몇 마디 말을 하기만 하면 책무를 다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김 의원은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대통령의 그간 발언이라며 온갖 것을 다 끌어모아 소개하면서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어이없다. 지금 국민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현안이 백신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직책인 대통령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책무도 국민 생명과 재산 지키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국민들은 앞으로 언제 백신이 제대로 확보될 것인지조차도 모른 채 커다란 공포에 빠져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백신을 정치문제로 삼지 말라구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런 무례하고 무책임한 말을 온갖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 앞에 감히 함부로 내뱉다니요"라며 "죽을죄를 지었다고 사과해도 모자랄 판"이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그토록 백신이 중요하다고 채근했다면, 왜 정부예산안에 백신구매 예산이 전혀 없었던 건가"라며 "내년 정부 예산안만 봐도 정부가 백신 구매와 접종은 안일하게 생각하고, 오로지 국민들의 자발적 희생과 의료관계자의 헌신적 노력에 기인한 K-방역이 대통령 자신의 치적이라며 공치사 홍보하기에 급급했던 것이 진실"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윤희숙 의원도 '올해 10차례 이상 코로나 백신 확보를 지시했다'는 청와대의 주장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이 10번도 넘게 지시해도 보건복지부와 질청(질병관리청)이 말을 안 들어먹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냐"며 "국민에게 불안과 실망을 줬으면 정부의 수장이 사과를 하고, 앞으로의 대응 경로를 제시하며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에겐 아무 잘못이 없어'라는 말의 내용도 적절하지 않지만,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주변인들이 저런 말을 하는 구조"라며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로부터도 대통령을 분리시키는 것이 그를 보호하고 보좌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면 그는 도대체 어떤 정보를 전달받고 있는 것일까"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부 발표 자료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라는 비판도 했다. 그는 "얼마 전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장밋빛 선언으로 가득 차 있다. 내년은 빠른 성장과 혁신 경제로의 전환의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어떤 조건에서 가능하다는 전제도 찾기 어렵다"며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자료라는 점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에 무엇이 있는지 더듬더듬 나가야 하는 미증유의 상황 속에서 정치가 아닌 과학이 이끄는 길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것, 현재의 정보에 근거해 앞으로 어떤 경로가 우리 앞에 있는지 전망을 밝히고 그 근거를 공개해 솔직히 지혜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처럼 리더를 정보로부터 고립시키고 정부가 국민의 시각으로부터 괴리되는 것과 정반대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생산국이 먼저 접종받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해명에 대한 '팩트 오류' 지적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 5부 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백신을 생산한 나라에서 많은 재정 지원과 행정 지원을 해서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먼저 접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의원은 "백신 생산국이 아닌 영국, 캐나다는 이미 접종을 시작했고,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초로 백신을 받았다. 이스라엘,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EU 27개 회원국도 곧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백신 비생산국 핑계를 대는 대통령의 변명은 최고지도자답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데일리안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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