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맞을텐데'..백신 부작용 부각한 정부 예고된 부메랑

임선영 2020. 12.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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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형성하려면 인구 70% 맞아야
각국 '백신 안전성 홍보전'에도 적극적
백신 확보 뒤처진 韓 정부 '부작용' 부각
전문가 "국민 불안감 키워 부메랑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거나 앞둔 국가들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선 전체 인구의 60~70%가 백신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전 국민적인 동참을 끌어내야 해서다.

유명인이 백신 맞는 모습을 공개하거나 정치 지도자가 '라이브 접종'을 약속하며 안전성을 홍보하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접종소의 디자인에 특별히 신경 쓰는 나라도 있다.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정부는 18일 코로나 백신 확보 현황과 접종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유독 부각했다. 이날 배포한 관련 보도자료에서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의 부작용 발생 사례를 전한 언론 보도를 두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소개했다.

백신 확보와 접종에서 뒤처졌다는 비판을 '부작용'을 부각해 방어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그동안 정부는 백신 선 구매가 늦어지는 이유도 “안전성 때문”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가 18일 백신 구매 현황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에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백신 부작용 사례를 전한 언론 보도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 방식이 향후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워 더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선 미국과 영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건 전문가와 관련 기관이 안전성과 효능을 여러 절차에 걸쳐 철저하게 검토해 허가한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정부가 백신의 부작용을 홍보하거나 백신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내놓으면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이어 “우리도 언젠가 백신을 접종해야 할 시점이 올 텐데 이런 메시지들이 부메랑이 돼 돌아와 국민 설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국보다 백신 구매량과 접종 속도 모두 앞선 국가들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오전 8시(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그의 뒤편에는 'Safe and Effective(안전하고 효과적인)'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모습은 백악관 유튜브 계정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유튜브 캡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부인 카렌 여사와 함께 18일 오전 8시(현지시간) 화이자 백신을 공개적으로 맞았다. 그가 백신을 접종받는 모습은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펜스 부통령이 백신을 맞을 동안 뒤편에는 'Safe and Effective(안전하고 효과적인)'란 문구가 적혀있었다.

백악관은 펜스 부통령 부부의 공개 백신 접종 이유에 대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홍보하고 국민들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르면 다음 주에 코로나 백신을 공개적으로 접종할 예정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르면 다음 주에 코로나 백신을 공개 접종할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백신을 맞아도 안전하다는 걸 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으며 이를 공개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직 대통령들도 백신을 공개적으로 맞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역시 “솔선수범을 보이겠다”며 “백신을 공개적으로 맞겠다”고 말했다.

영국 배우 이안 맥켈런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영국 NHS 트위터]

‘세계 최초 접종국’인 영국에선 국민배우 이안 맥켈렌(81)이 백신을 공개적으로 맞은 뒤 “행복하다. 주저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백신 접종을 추천할 것”이라며 접종을 독려했다.

그가 백신 접종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사진은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트위터에 “맥켈런이 안전하게 백신을 맞은 많은 사람 중 한 명이 됐다”며 백신의 안전성을 집중 홍보했다.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간호사 샌드라 린지. [AP=연합뉴스]

이처럼 접종에 돌입한 국가들은 백신 안전성을 알리는 데 ‘선배 접종자’들의 경험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국 1호 접종자인 마거릿 키넌(90) 할머니는 접종 이튿날 NHS를 통해 “상태가 좋다”는 입장문을 냈다.

미국에서 첫 번째로 백신을 맞은 간호사 샌드라 린지의 접종 장면은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그는 “매년 맞아온 인플루엔자 백신과 다를 바 없다. 모두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백신 접종소가 완공될 경우 예상도. [로이터=연합뉴스]

CNN 등에 따르면 건축과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는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백신 접종소 1500여 곳을 내년 1월 곳곳에 설치한다. 백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공포심을 줄이려는 취지다. 이탈리아 유명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디자인한 이 접종소 위에는 회복을 상징하는 꽃 ‘앵초’를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진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을 맞은 의료진에게 자신의 접종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한다. 스티커에는 'I got my Covid-19 vaccine!(저 코로나 백신 맞았어요!)'라고 적혀 있고, 옷이나 가방 등에 붙일 수 있다.

감염병 전문가 제시카 말래티 리베라는 CNN에 “이런 방식은 백신 접종자에게는 자부심을 주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백신을 접종받은 의료진에게 나눠주는 스티커. [CDC 홈페이지]

김우주 교수는 "현재는 신규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른 비상시국으로, 전 국민이 맞으려면 2회 접종 기준 1억회 분의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이 접종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상황을 안이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부작용을 부각하는 대신)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여러 경로로 백신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는 식으로 솔직하게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국·영국 등의 현재까지 접종 상황으로 봤을 때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국은 접종을 대비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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