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정직 2개월' 중징계에 전직 검찰총장들을 비롯한 검사 출신 인사들은 일제히 "법치주의에 대한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달 전국 평검사들까지 나서 '결정 재고' 성명을 냈으나 결과적으로 묵살당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김각영·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김준규·김진태·김수남·문무일 등 전직 검찰총장 9명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징계 절차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번 징계조치로 인해 법으로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가 사실상 강제로 중단된다"며 "이는 검찰총장이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하여 공정하고 소신 있게 어떠한 결정을 내리 어렵게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에 전직 검찰총장들은 엄중한 상황을 인식한다"며 "검찰의 구성원들은 과거 몇몇 중요 사건에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역사적 경험을 성찰하여 이를 교훈 삼아, 형사사법절차가 보다 정의롭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1988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된 검찰총장 임기제가 검찰의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장치로 생겨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징계사유가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만 되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징계절차로 검찰총장을 무력화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사법절차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현직 검사들에게서도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날 김경목 수원지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사의 최종 인사권자께 간청드린다"며 "이런 절차와 사유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것이 취임하며 약속하셨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드는 것의 일환이냐"고 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징계위원회가 아니라 징계추진위원회"라며 "그렇게 '공정'을 이야기하더니 결국 '답정너'였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전국의 수많은 검사들이 '법무부 장관의 징계청구가 위법부당하다'고 선언한 것이 전관예우를 위해 검찰개혁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냐, 법무부 감찰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법무부장관의 징계청구 등이 부적정하다'고 의결한 것도 그분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됐기 때문이냐"며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한 제가 어리석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지만 여권의 공수처법 개정으로 사퇴했던 검사장 출신 석동현 변호사도 윤 총장의 정직 2개월 결정을 접한 뒤 "정상적인 국가에서 이뤄질 일이 아니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석 변호사는 이날 SNS에 "아바타를 시켜 새벽 4시에 검찰총장 옷을 벗기는 나라에 산다. 이게 정부냐"며 "남은 검사들은 할 일이 많다. 저자들이 눈도 꿈쩍 않고 더 좋아라 할 사표 함부로 내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이같은 검사들의 비판은 일부 친정부성향 검사를 제외한 전국의 많은 평검사들이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일제히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는 위법·부당하니,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성명을 냈으나 결과적으로 묵살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국 59개 검찰청 평검사들이 모두 같은 취지의 성명을 낸 것 역시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당시 검찰 소속 검사는 물론 법무부 과장들까지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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