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비리 막자던 문 대통령, 법 공포 땐 "공수처로 검찰 통제"

강태화 2020. 12. 1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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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잘못에 책임 물을 수 있는 장치"
야당 비토권 없애놓고 "정치적 중립"
정의당 "이미 독립성·중립성 상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공포 안 의결에 앞서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며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에 대한 ‘야당 비토권’을 삭제한 채 일방적으로 처리한 개정 공수처법 공포안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서다. 법은 직후 공포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그런(검찰 통제) 장치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저도 지난 대선뿐 아니라 2012년 대선에서도 공수처를 공약했다”며 “그때라도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국정 농단’을 거론한 것처럼 공수처의 주요 설립 취지는 권력형 비리 차단이다. 대통령도 포함해서다. 문 대통령도 이를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강조했다. 특히 지난 5월 교섭단체 원내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많은 국민은 (공수처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우려하자,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원래 뜻은 대통령 주변의 측근 권력형 비리를 막자는 취지”라고 답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원고지 10장 분량에 달하는 모두발언의 상당 부분을 ‘검찰 견제’에 할애했다. ‘통제’란 단어를 두 번, ‘견제’는 세 번, ‘무소불위(無所不爲·무엇이든 하지 못할 일이 없음)’는 두 번 언급했다.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국민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라마지 않는다”면서다. 검찰 권력 견제를 공수처의 핵심 역할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면서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 또 “현재 제1 야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공수처를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고, 지금 공수처를 반대하는 야당의 유력 인사들도 과거에는 공수처를 적극 주장했던 분들”이라고도 했다.

흔히들 정치적 중립·독립이라면 권력, 특히 집권 세력으로부터 중립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검찰로부터 독립·중립’도 강조했다. 공수처 설치가 여야를 넘나드는 공감대가 있던 사안이었던 듯한 문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2004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주장한 공수처는 특별검사가 수사의 주체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수처도 ‘권력형 부정부패 추방’이 초점이었다(『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당장 현 정부 아래서도 공수처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고 사실상 대통령 의중에 따라 구성될 수 있게 변질됐다. 야당에선 사실상 현 정권에 대한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서라고 반발한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할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야권을 중심으로 “무소불위 공수처 괴물기관이 탄생했다”(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유체이탈 수준을 넘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지에 들어섰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현 공수처는) 이미 독립성과 중립성을 상실한 상태로 출범하기 때문에 그저 끝없는 정쟁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각하, 노후보장보험 완납을 축하드린다”고 꼬집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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