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입 막은 與입법독재 그순간, 이낙연은 주먹을 불끈

김형원 기자 2020. 12. 1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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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논란법안 모두 강행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 이 대표가 왼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야당 반대에도 14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를 위해 전날에 이어 연이틀 표결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래 필리버스터를 표결로 멈춰 세우는 초유의 상황이 연달아 벌어진 것이다. 야당은 “거여(巨與)가 입법 독주로 야당의 입뿐만 아니라 권력형 비리 수사,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막았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나 대북(對北) 확성기 방송에 나서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10시간이 넘는 무제한 토론에서 “북한 주민을 영원한 노예로 헤매게 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경찰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10일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13일 국정원의 대공(對共) 수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우려도 개의치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 마지막 합법적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마저 강제 종결됐다. 당초 민주당은 “야당 의견도 존중하기로 했다”면서 충분한 필리버스터를 보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초선 의원 58명이 전원(全員) 반대 토론에 참여키로 하자, “코로나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 사흘 만에 뒤집었다. 야당이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막았지만 머릿수에서 밀렸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의정사(史)에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표결에 참여하는 첫 사례가 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 대확산에도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국정원법 (필리버스터) 종결도 코로나 대응을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 명의로 낸 성명서에서 “문재인 정권은 의회정신을 비웃고 정당한 야당의 목소리마저 힘으로 강제 종결시켰다”며 “야당과의 합의 정신을 짓밟고, 힘으로 밀어붙인 폭거에 이 나라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을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뉴시스

공수처, 5·18처벌, 전단금지… 與 일방처리 끝내놓고 “역사적 성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경찰법 개정안과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시작으로, 10일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무력화시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개정안, 13일 국정원의 대공(對共) 수사권을 폐지한 국정원법 개정안, 14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까지 밀어붙였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을 두고 “친(親)정부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의 권력층 수사를 원천 봉쇄하고, 왜곡 처벌법 등으로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민주당은 “역사적인 성과”라고 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180석 ‘머릿수’로 두 차례 강제 종결시킨 민주당은 서울 시내 일부에 “민주주의는 전진한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걸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에 이어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되자 “우리 당이 목표했던 입법 과제를 완수해 역사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우리 민주당에 부여한 사명을 입법 성과로 이행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이번 필리버스터는 아프지 않았다”며 “국민의 관심도, 지지도 얻지 못한 실패한 필리버스터”라고 했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법안 처리에 대해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이뤘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공수처법 개정안 등 각종 쟁점 법안의 강행 처리를 공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은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로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하자 즉각 보조를 맞추며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이 갖고 있던 ‘공수처장 거부권’을 박탈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공수처 설치법을 처음 제정할 때 “야당에 공수처장 거부권을 부여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했다”고 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단금지법 통과되자 주먹 불끈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직후 박병석 국회의장의 감사 인사에 왼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에 통과된 일명 ‘5·18 역사왜곡 처벌법’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이 법들을 가리켜 “국가가 개인에게 닥치라고 하는 느낌의 ‘닥쳐법’”이라고 했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비난한 직후 정부·여당이 마련에 나섰다.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미국 의회와 국제인권단체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통과되면 한국도 (국무부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경제계 반발을 무시하고 통과시킨 법안도 다수다. 이른바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대표적이다. 재계에서는 개정된 법에 따라 적용되는 ‘대주주 의결권 3% 룰’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 해외 경쟁사에 기업 기밀이 유출되고, 각종 소송 남발로 기업 경쟁력도 크게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문제없다”며 강행했다. 재계에서 우려해왔던,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민주당은 “야당이 목소리를 낼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처음 약속을 이내 바꿔 강제 종결시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야당의 발언권을 존중한다고 해놓고 사흘 만에 말을 뒤집고 힘으로 야당의 입을 틀어막았다”며 “아무리 여당이 다수 의석을 점령하고 있지만 이렇게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이게 민주주의고 법치주의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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