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상정→토론무시→기립투표.. 與, 공수처법 7분45초만에 통과

김준일 기자 2020. 12. 9. 03: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與 입법 독주]법사위서 단독 처리 강행
“찬성” 일제히 일어선 민주당 의원들 8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이날 상정된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기립 표결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공수처법을 기습 상정한 뒤 강행 처리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법사위원 17명 중 민주당 10명, 열린민주당 1명 등 11명의 찬성으로 의결돼 본회의에 넘겨졌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적 입법 절차의 보루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하루 종일 무법과 편법으로 얼룩졌다. “이제 역사의 시간”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호에 범(汎)여권이 90일간 활동이 보장된 안건조정위를 77분 만에 무력화시킨 것은 물론이고 야당 의원들의 반대토론을 가로막고, 기습 표결을 강행하는 등 군사작전 하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 지난해 4월 밤샘 몸싸움 끝에 여당이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시작된 ‘공수처법 밀어붙이기’는 국회 본회의 처리에 이어 이날 개정안 통과까지 시종일관 일방적인 여당의 입법 폭주로 점철됐다.

○ 강행… 강행…

오전 9시 15분에 개의한 법사위 안건조정위 회의실. 국민의힘이 전날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을 막기 위해 요청한 안건조정위에는 범여권 더불어민주당 3명, 열린우리당 1명과 국민의힘 2명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민주당 소속 백혜련 조정위원장에게 “언론을 불러 공개로 진행하자”고 했다. 백 의원은 “안건조정위는 비공개로 진행돼 왔다”며 찬반 거수를 시킨 뒤 “위원회 의결로 비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있던 방청석에서는 “부끄러운 줄은 아느냐”라는 고함이 나왔다.

문을 걸어 잠근 채 진행된 회의에서 관계기관 인사들은 거의 발언하지 않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인 것 같다”고만 했고,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도 같은 의견이다”라고만 했다. 이어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이 토론을 이어가던 도중 백 의원은 기습적으로 “찬반 의견이 있기 때문에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황한 김 의원은 “아니 무슨 소리야”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백 의원은 “표결을 선포한다. 찬성하는 분 일어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백 의원 및 박범계, 김용민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일어서면서 안건조정위는 표결 선언 2분 만에 종료됐다.

○ 7분 45초 만에 처리한 與 “왜 우리가 독재냐”

민주당은 33분 뒤인 오전 11시 5분 법사위 전체회의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법사위는 전날 낙태죄 관련 공청회를 열겠다며 이날 전체회의를 소집했지만 정작 전체회의가 열리자 공수처법 개정안을 최우선 안건으로 끼워 넣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여야가 한데 엉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5단계 격상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도 실종됐다. 주 원내대표는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민주화 운동 했다는 사람이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반대토론을 요청했지만 윤 위원장은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니까 종결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에도 그는 “지금 토론을 진행할 수 없잖아”라고 소리친 뒤 표결에 들어갔다. 여권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 원내대표가 의결을 제지하면서 윤 위원장의 오른손을 붙잡아 의사봉이 바닥에 떨어지자 윤 위원장은 왼손으로 의사봉을 잡아 책상을 두드렸다. 야당 의원들이 “대명천지 이런 독재가 있을 수 있나”라고 소리치자 윤 위원장은 “이게 왜 독재냐”고 했다. 윤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의 비용추계 의결도 건너뛰었다가 뒤늦게 기립 표결로 의결했다. 야당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각자 명패를 떼어내 윤 위원장 자리로 반납하고 자리를 떴다.

윤 위원장은 오후 다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항의에 “국회법의 단 한 자, 한 획도 어기지 않았다”며 “평생 독재의 꿀을 빨다가 이제 와서 상대 정당을 독재로 몰아가는 이런 행태야말로 정말 독선적”이라고 했다. 이어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야당 의원들과 관련해 “야당의 이런 행동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패스트트랙 사건을 법원에서 엄정하게 판결해 줘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박민우·강성휘 기자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