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권 무력화 카드 꺼낸 與.. 강행 땐 정당성 도마 오를 듯

이현미 2020. 11.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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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후보선정 불발
세차례 투표에도 추천 정족수 미달
민주 "野 반대로 추천위 사실상 종료"
국민의힘 "새추천위로 재논의" 반발
여야, 2021년 예산안·공정 3법 등 이견
시간 쫓겨 거여 독주·졸속처리 우려
與 내부 '선거 정국 역풍 불라' 고심도
조재연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3차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선정 논의가 좌초되면서 여야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을 최종 후보 선정의 ‘데드라인’으로 뒀던 만큼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 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공수처법 개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추천위로 후보추천 절차를 다시 밟겠다”고 맞섰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그간 위헌 논란이 빚어온 공수처 출범의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공수처는 헌법상 입법·사법·행정 3권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기구여서 위헌 논란이 있었고,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헌재의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야당의 비토권이 공수처 추진의 명분이 돼왔지만 여당은 이마저도 없애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갖춘 초대 공수처장을 여야 합의로 추천하길 바랐으나, 소수의 비토권 악용으로 아무런 진전없이 (추천위가) 사실상 종료됐다”며 “민주당은 대안의 길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 법을 개정해 올해 안에 공수처를 반드시 출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한 의결구조(추천위원 7명 중 6명 찬성) 하에서는 연내 공수처 출범이 어렵다고 보고 오는 25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추천위원 중 3분의 2이상(5명) 찬성’ 방안을 포함한 여러 건의 개정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모두 야당의 비토권 삭제를 골자로 한다. 이날 공수처장 후보 추천 불발의 책임이 야당 측 추천위원의 반대에 있다고 판단한 이상 더이상의 추천위 회의는 무의미하다고 본 것이다. 추천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30분까지 4시간30분 동안 10명의 공수처장 예비 후보에 대한 표결을 세차례 진행했지만 추천위원 6명 이상 찬성을 얻은 후보는 나오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단호하게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 강행 의지에 “추천위를 속개하라”며 맞불을 놨다. 후보 압축에 실패한 추천위가 다음 회의 일정을 잡지 않자 야당 추천위원들의 회의 재개를 요구했고, 끝내 부결되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회의 계속 제안에도 사실상 종료한다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국회가 만든 법을 잘못 만들었다며 걷어찬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추천위 자진 해체는 민주당에 공수처장 추천을 상납하는 법치파괴 행위”라며 “추천위원들은 추천위 회의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추천위원은 여야 추천위원들의 정치적 개입을 문제삼기도 했다. 당연직 추천위원인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추천위에서 완벽한 후보가 아니라 적합한 후보를 추천한 다음 철저한 인사 검증과 국회 청문회를 통해 견제가 돼야지 처음부터 정치가 개입된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법사위 회의 참석 위해 대기 18일 정부 인사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설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호 통일부 차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신열우 소방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허정호 선임기자
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깊어지면서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해야 할 법안·예산 심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안과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굵직한 쟁점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여야간 논의는 미진한 상태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5·18 진상규명 특별법 및 역사왜곡 처벌법 등을 두고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민주당 내 연구모임인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 연내 설치와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민평련 공수처,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시간에 쫓겨 쟁점 법안 통과에 나설 경우 졸속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법 개정에 반대하는 야당의 반발로 국회가 파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여당이 ‘임대차 3법’처럼 거대 의석을 내세워 강행에 나설 수도 있지만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해야 할 시점에 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여론 악화가 걱정된다”며 “공수처법 통과 당시 내세웠던 야당 비토권 보장을 스스로 무력화 시키는 개정안을 처리하기에도 근거가 빈약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순·이현미·이창훈·곽은산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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