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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집값 상승 유도땐 2년이하 징역…與서도 "처벌 만능주의" 비판

윤지원 기자
입력 : 
2020-11-06 17:26:11
수정 : 
2020-11-08 11: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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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발의 법안 논란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일반 국민에 떠넘기나"
중개인 적발땐 처벌 더 강해
정부가 "○○억원 이하 팔지 말자"는 글만 온라인 카페에 올려도 최고 2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자 여당 내에서조차 "숱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의 '입법만능주의'가 또 한번 발휘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대표발의한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 서비스 산업 관련 법'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2일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 차단 조직을 강화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며 입법을 예고하기도 했던 사실상 국토교통부 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토부가 정책 실패 후폭풍이 있다 보니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세게 법안을 만들어 온 것"이라며 "일단 국토부가 가져온 원안 거의 그대로 발의되기는 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어서 실제 국회 법안소위를 거치면 톤다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권이 1가구 1주택자를 고위공직자 인선 기준으로 삼고 다주택자를 적폐화한 데 이어 부동산시장 행위자를 낱낱이 규제하는 '부동산 감시 공화국'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개인을 시장 교란자로 내몰고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돌리는 격이다. 이 같은 진 의원의 법안 발의에는 여당 내 부동산 태스크포스(TF)인 미래주거추진단 단장을 맡고 있는 진선미 의원(3선) 등 민주당 의원 19명이 참여했다.

130만명 이상이 가입된 네이버 최대 부동산 카페인 '부동산 스터디' 등에서는 집주인들이 '얼마에 매물을 내놓아야 할까요'라는 취지로 호가 문의 글을 작성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공인중개사•기획부동산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시가 교란 행위를 하면 형사처벌하겠다는 게 가장 문제"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얼마 이하론 내놓지 맙시다' '저 부동산 중개소 사용하지 맙시다' 이런 행위까지 다 형사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안을 살피면 △부동산을 특정 가격 이하 또는 이상으로 거래하도록 부동산 가격을 유도하는 행위 △부동산 등에 대해 시세보다 현저히 높게 표시·광고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중개 매물에 대해 시세보다 현저히 높게 중개하는 특정 개업공인중개사 등에게만 중개 의뢰를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또는 특정 개업공인중개사 등에 대한 중개 의뢰를 제한하는 행위 등을 하면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동일한 행위를 부동산서비스사업자가 하면 처벌은 더 강화돼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집값을 잡겠다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수단의 적정성도 없다. 이런 처벌 규정이 생긴다고 집값이 잡히지도 않을 것이며 다른 수단을 거치지 않고 징역까지 가능한 처벌 규정을 적용하는 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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