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저녁 7시44분 '낙하산 공관장' 기습 발표한 외교부

노석조 기자 2020. 11. 6. 14: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관계자의 보고를 받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올 하반기 공관장 인사는 외교부 대변인도 발표 시점을 제때 모를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외교부는 공관장 내정 당시 “순조로운 아그레망(주재국 임명동의) 절차를 위해 협조해달라” “국익을 생각해달라”며 언론에 엠바고(보도 유예) 요청을 했다. 그랬던 공관장 발표를 전례 없는 미국 대선 결과 혼선으로 외교 업무가 바삐 돌아가는 5일 사전 예고 없이 한 것이다. 시각은 오후 7시 44분이었다.

외교부가 5일 오후 7시 44분 공관장 인사 보도자료를 공개했다고 출입 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 /조선일보

외교부 안팎에선 “'낙하산 공관장' 논란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꼼수’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 출입 일부 기자 사이에서도 “예전에도 공관장 인사 심야 발표를 해 기자단에서 문제 제기를 했는데,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말이 나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시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퇴근시간을 앞두고 외교부 청사(서울 정부종합청사 별관) 1층 기자실로 내려와 “인사가 오늘 날 것 같다. 내일 날 줄 알았는데…”라며 “나도 오늘부로 대변인 끝”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인사 발표가 날 줄 공보업무 총책임자도 몰랐다는 것이다.

이번 공관장 인사는 내정 당시부터 논란이었다.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행태가 시민단체와 야권의 지적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현 정권이 야당 시절 중점적으로 비판하는 사안이었다.

2017년 5월 11일 당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민정·홍보·인사수석·총무비서관등 비서실 인선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조국(왼쪽부터) 민정수석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 윤영찬 홍보수석비서관, 이정도 총무비서관. /뉴시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에서 유럽 주요국인 독일 주재 대사로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을 임명했다. 조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 인사수석에 올랐지만, 각종 인사·검증 실패와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다가 지난해 5월 물러났다.

문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인 김기정 전 연세대 교수가 현 정권 출범 초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됐다가 여성 단체의 강한 항의를 받고 12일 만에 물러났던 ‘인사 검증 실패’도 조 전 수석의 책임이었다. 그러다 1년 5개월 만에 독일 대사 자리를 받은 것이다. 조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일 때 균형인사비서관을 맡은 인연이 있다. ‘조현옥 케이스’는 장하성 현 주중 대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아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다 비난 여론에 휩싸여 물러났다가 얼마 뒤 주중 대사로 임명되는 과정과 닮았다.

2017년 7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맞는 여름 휴가를 이용해 평창에 들러 동계올림픽 시설물인 스키점프대를 둘러보고 있다. 현장에는 문체부 노태강 당시 차관과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함께 했다./청와대

문 대통령은 스위스 대사에는 노태강 전 문체부 2차관을 임명했다. 문체부 출신이 스위스 대사가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문체부 체육국장인 2013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판정 시비 관련 승마협회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며 최순실씨 측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담았다. 이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당하고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직으로 밀려났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문체부 제2차관으로 발탁됐다.

외교부는 노 전 차관에 대해 “문화·관광 분야에서 앞서 있는 주재국과 한 차원 높은 협력을 추진할 경력과 경험 보유했다”며 “독일어권에서 근무했고 유학도 해 현지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외교부는 5일 노 전 차관을 포함해 11명의 대사와 6명의 총영사를 새로 임명했다.

장경룡 캐나다 대사.

문 대통령은 지난 6월에는 경희대 동문이자 ‘운동권 동지’인 장경룡 전 광주여자대학 교수를 캐나다 대사로 임명했다. 올 2월엔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로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문인 박경재 전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을 임명했다.

박경재 LA총영사가 과거 인터뷰하는 모습/ BBS

본지는 외교부 측에 이번 공관장 인사 발표 엠바고를 굳이 5일 오후 7시 44분에 사전 협의나 예고 없이 해제해 발표한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질의했다. 하지만 박윤주 인사기획관 등 외교부 당국자들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