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이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횡령 내지 뇌물수수의 사실인정과 관련한 원심 결론에 잘못이 없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1∼2심과 마찬가지로 다스 실소유주를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인정했다. 항소심 직후 구속집행 정지 결정으로 자택에서 생활해온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일 신변정리를 한 뒤 동부구치소로 재수감될 예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보수 야권은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이에 사면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두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을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한 분(이명박)은 지금 보석 상태이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아직 한 분(박근혜)은 수감 중이시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라며 "아마 누구보다도 저의 전임자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도 아프고 부담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 재판 확정 이전에 사면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됨에 따라 사면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조건이 완성된 것. 문 대통령은 정치적 결단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청해 관철시킨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직접 탄압을 받은 경험도 있지만 용서와 화해의 취지로 사면을 요청,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감 2년여 만에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런 전례를 살펴볼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방치하는 것은 문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부패 사범에 대해선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기 때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경우 지지층 반발 여론도 예상된다.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