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시간’ 원천봉쇄 與... '국감 맞나요?'

입력
2020.10.10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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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8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8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이 단 한 명의 증인, 참고인을 받아주지 않았다. 책임을 지고 간사직을 사퇴한다.”(5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최소한의 증인을 채택해주는 게 야당의 감사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9년째 국정감사를 해왔는데, 단 한 명의 증인도 채택되지 않은 건 처음 본다.”(7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야당의 시간’이 사라졌다. '국회가 정부를 감시, 견제하라'고 헌법이 권한을 보장한 국정감사 이야기다. 이번 국감에선 슈퍼 여당에 치인 야당이 힘을 못 쓰고 있다. 국회 국방위, 법제사법위, 외교통일위에서 야당이 요구한 일반증인 중 채택된 사람은 ‘0명’이다. 의석 174석에 모든 상임위의 위원장 자리를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증인을 한 명도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추미애ㆍ서해 공무원 관련 증인 채택 원천봉쇄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질의를 벼르고 있었다. 국방위에서는 추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해 당직사병 등 10여명을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검찰에서 무혐의로 끝난 사안"이라며 거부했다. 법사위에서도 국민의힘이 요구한 일반 증인 33명과 기관 증인 5명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외통위는 실종 공무원 형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국감 첫날인 7일부터 파행을 빚었다. 문화체육관광위에선 일감 몰아주기 계약 의혹을 받고 있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이 증인에서 제외됐다.

민주당의 논리는 이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증인, 참고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정쟁을 위한 증인을 신청하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 그러나 정쟁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은 주관적이다. 더구나 국감은 국회의 책무이므로 코로나19 사태에도 실시하기로 한 이상, 증인을 한 명도 부르지 않는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쟁 막겠다"면서 정부 옹호 '열심'

과거 국회에선 여야가 증인, 참고인 채택을 놓고 적정한 선에서 타협했다. 야당의 정부 견제 권한을 일정 정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게 과거 여당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당의 시간'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청와대 출신 일부 여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선을 넘는 발언을 하면서 '정쟁을 피하기 위한 증인 채택'이라는 설명도 다소 무색해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탁현민 비서관 의혹을 국민의힘 의원이 캐묻자,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빨간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느냐”고 했다가 사과했다. '색깔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외통위 국감에서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공무원 피격 사건의 정부 책임을 묻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반복해서 고장난 레코드를 돌리느냐”고 했다가 국감장이 고성으로 얼룩졌다.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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