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불신을 신뢰로 바꾸는 방법?

2020. 10. 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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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부인한다고 분노했는데, 내가 언론의 묻지마식, 카더라식 토끼몰이 당사자가 돼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대한민국 검찰개혁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우리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이나 하는 셈이 되고, 검찰의 정당한 수사 행위는 주장을 위한 명분 축적에 불과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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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부인한다고 분노했는데, 내가 언론의 묻지마식, 카더라식 토끼몰이 당사자가 돼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대한민국 검찰개혁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당 언급을 한 사람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은 ‘라임 사건’의 핵심인물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세간에는 ‘라임 사건’과 관련된 핵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고 이미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는 많았다. 그런데 지금처럼 자신의 ‘억울함’과 검찰개혁을 연결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즘 보면, 죄를 지었을 ‘가능성’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이들이 검찰개혁을 외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검찰 수사를 받는 경우, 너도나도 자신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의 희생자가 됐다고 주장할 판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 결과를 검찰의 ‘주장’이라고 말하는 경우마저 종종 있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우리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이나 하는 셈이 되고, 검찰의 정당한 수사 행위는 주장을 위한 명분 축적에 불과한 것이 된다. 더 나아가 법원의 판결 역시 ‘사법부의 주장’이 될 판이다. 이런 식의 사고는 법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상당한 해악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제도적 안정성을 해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런 식의 주장이 난무하게 되면 제도에 대한 신뢰는 여지없이 추락하게 되고, 국민적 신뢰를 잃은 기관은 제 기능을 다 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여론과 권력의 눈치를 보는 존재로 전락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으니 더 큰 문제다. 현재 수사를 받는 인물의 말 한 마디에 정치권은 그야말로 춤추듯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있다. 여권 인사뿐 아니라 야당 인사에게도 금품을 건넸고, 검사들에게도 향응을 제공했다는 김 전 회장의 옥중 서신이 공개되니까, 여당은 공수처를, 야당은 특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모습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더욱 저하시킨다. 여야 주장의 공통점은 제도에 대한 불신을 다른 제도를 통해 막아보겠다는 것인데, 이런 접근은 제도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만 더 키우기 때문이다. 즉, 기존 제도의 기능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함에도, 기존 제도는 이렇게 문제가 많으니 하루빨리 다른 제도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존 제도를 불신하게 만들면 결국 제도에 대한 총체적 불신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단순 진리를 전혀 모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런 식의 사고를 가지고 상태에서 공수처를 출범시키면, 그 공수처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모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검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특검이 도출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특검을 출범시키더라도 지금의 상황이 수습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불신을 또 다른 제도로 덮으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힘들다. 오히려 정치권이 지금의 제도를 일단 믿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제도를 믿지 못하면서 다른 제도는 믿을 수 있다는 주장은 객관적 논리가 아닌 진영 논리에 불과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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