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에 돈줬다더니 갑자기 여권 로비 없었다? 김봉현 2차 편지의 의문점

김아사 기자 입력 2020. 10. 22. 09:36 수정 2020. 10. 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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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라임자산운용'의 배후 전주(錢主)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22일 대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21일 두번째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편지는 사실과 다르거나 김 전 회장이 쓴 첫번째 편지 등 해왔던 말과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여권을 감싸려는 듯한 발언 등 의도가 엿보여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檢 “김봉현, 검거 뒤 로비수사부터 해달라 진술”

김 전 회장은 옥중 편지에서 자신에 대한 개인 횡령 혐의에 대한 조사는 검찰이 대충하고, 오로지 여권 인사에 대한 로비 조사만 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검사나 야권 정치인에 대한 로비 진술도 했지만 검찰은 이를 뭉갰다는 식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 체포 후 검찰 조사에서 “로비 수사부터 해달라”며 관련 진술을 모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전 회장은 도피 중이던 지난 3월 측근을 통해 자신에게 옥죄여 오던 검찰의 칼날을 피하고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 강기정 전 정무수석 등에 대한 로비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당시는 검찰이 김 전 회장을 체포하기도 직전이라 검찰은 이러한 로비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일부 언론 매체에서는 김 전 회장이 흘린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대상 리스트라며 이니셜로 여권 인사들을 일제히 보도됐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 이상호 민주당 전 지역위원장,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등 이중 상당수 인물들이 실제 김 전 회장 체포 이후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 전 회장이 관련 진술을 모두 한 것이다.

◇아무 근거 없이 검찰이 도피 조력했다 주장

김 전 회장은 “최초 이종필 라임 부사장 도피 당시부터 도피 방법 등 검찰 관계자들의 권유와 조력을 받았다”며 “'일단 도망가고, 이번 부인하고, 삼번 부인하고'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검찰 관계자들의 용어를 써가면서 도주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외 검찰이 어떠한 방법으로 김 전 회장의 도피를 조력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경기지방경찰청 경찰이 좇았고, 이 부사장은 서울남부지검의 추적을 받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함께 도피하다 보니 동선과 조력자가 겹쳤고, 자연스레 경찰과 협업해 검거를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실제 편지에는 검찰의 누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줬다는 것인지 등 자세한 내용이 없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경이 함께 추적을 하는데 검찰이 일방적으로 사람을 빼돌릴 수도 없는 일”이라며 “비슷한 사례 등을 듣고 과장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야당 정치인, 직접 로비 했다고 했다가 말 바꿔

야당 정치인에게는 자신이 아닌 “라임 펀드 관계사인 메트로폴리탄 김모 회장이 2억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로비가 이뤄진 것을 직접 들었고 움직임을 봤다고 적었다. 그런데도 검사가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그가 직접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면 검찰이 김 전 회장을 조사할 이유도 없고 사건 당사자도 아닌 김 전 회장에게 수사 경과를 알려줄 이유도 없다. 검찰이 실제 수사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수사 미진을 지적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첫번째 편지에선 이 돈을 직접 준 것처럼 얘기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직접 돈을 건넨 것처럼 말했던 김 전 회장이 갑자기 말을 바꾼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 없다”며 “이 역시 거짓말로 들통나자 말 바꾸기를 하는 것 아닌지 의심 여지가 많다”고 했다.

◇로비 성공해 영장 청구 지연?...檢 “사건 복잡해 보강지시 한 것”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수원여객 횡령 사건 조사를 받으며 지난해 윤 총장의 최측근인 윤대진 당시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영장 기각 관련 청탁이 실제 이뤄졌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수원여객 사건 당시 (윤대진) 수원지검장에게 영장 기각 청탁이 실제로 이뤄졌다”면서 “'수원지검장 부탁으로 (수원지검장의) 친형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지인에게 실제로 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시 경찰은 작년 8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사건 내용이 복잡해 검찰이 보강 조사를 지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사건 처리 과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241억원대 수원여객 횡령 사건은 자금 추적 등 사건 내용이 매우 복잡했다”며 “검찰이 보강 지시를 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결구 12월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했지만, 김 전 회장은 영장심사에 나오지 않고 도주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로비가 성공한 것이라면 그 약점 때문이라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라던 김봉현

김 전 회장은 편지에 “특수부장 출신 A 변호사에게 호텔·골프장 회원권 등을 선물하면서 지극하게 모셨다”고 적었다. 그러나 A 변호사는 특수부 출신이 아니다. 그는 부산지검 특수부 부부장으로 있다가 6개월간 서울중앙지검에 파견을 와 특수1부 부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한 변호사는 “이를 잘못 들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김 전 회장이 그리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일지 의문”이라며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주장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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