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0만원 상금 걸고 앨범-방송까지 지원…'北 총살' 8일 뒤 "많은 참여 위해" 접수기간 늘려
  • ▲ '2020 통일로가요' 홍보 포스터.ⓒ통일부 홈페이지
    ▲ '2020 통일로가요' 홍보 포스터.ⓒ통일부 홈페이지
    북한군에 우리 국민이 총살당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통일부가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대중음악 경연대회를 강행해 논란이다.

    통일부는 이 대회 입상자에게 총 5400만원의 상금까지 내걸었고, 방송 출연과 앨범 제작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총살에도 통일 노래행사 연다는 통일부

    통일부는 9월20일부터 10월7일까지 '2020 통일로가요' 참가곡을 공모 접수했다. 홈페이지에서 통일부는 이 행사를 "음악을 통해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진행하는 통일 염원 대중음악 경연대회"라고 소개했다.

    '통일로가요'는 2015년부터 '유니온 뮤직 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진행해왔고, 올해부터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고 통일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올해 주제는 '평화로 통하다, 통일로 수놓다'이다.

    '통일로가요'는 창작 대중음악(록·발라드·포크·힙합·퓨전·R&B·트로트 등) 경연으로, 대한민국 국민 또는 90일 이상 체류한 외국인 등록자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상금은 대상 1000만원(2명), 최우수상 700만원(2명), 우수상 500만원(4명) 등 총 5400만원 규모다.

    수상자 전원의 기념앨범 제작과 음원이 등록되고, 연예기획사 오디션 기회까지 주어진다. 통일부 또는 서울시 주최 행사의 공연 기회도 제공한다. 대상 2팀은 음악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882여 곡이 응모해 총 21곡의 수상곡이 선정됐다.

    9월30일에서 10월7일까지로 접수기간 확대

    통일로가요 운영사무국은 당초 9월20~30일 공모 접수했다. 그러나 접수 마지막 날 기간을 10월7일까지로 연장했다. 접수 기간 연장 이유는 "보다 많은 여러분의 참여를 위해"였다. 문제는 이 날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총살당한 지 8일째 되는 날이었다는 것이다.

    공모 접수기간 연장으로 이달 7일 예정이었던 1차 심사는 12일 또는 13일로 미뤄졌다. 예선격인 실연평가는 22일 서울 마포구 소재 문화비축기지에서 진행된다. 결선 공연은 11월14일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다.

    당초 역대 모든 우승자가 모여 '왕중왕전'을 개최하려 했으나 코로나 여파로 모든 공연을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연락소 폭파 때는 일정 조정하더니 국민 총살됐는데도 강행

    '통일로가요' 행사는 지난 6월16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으로 일정 조정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운영사무국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전에 잡았던 계획에서 코로나와 함께 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으로 일정이 연기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2일 북한군의 우리 국민 총살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평화·통일을 염원한다는 이 행사는 연기되거나 취소되지 않았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우리 국민이 총살당한 직후인 23일과 24일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고, 24일 오후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사건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

    유족들은 우리 공무원을 '월북자'로 규정한 정부를 향해 울분을 토하고, 북한은 지난달 27일 정부가 요청한 남북 공동조사에 관해 11일째 침묵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의지를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통일을 기원하는 대중가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다.

    '통일로가요' 운영사무국 관계자는 "당초 (일정을) 공표했고 잡았던 사업계획이기 때문에 더 이상 연기가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비대면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