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대통령은 주호영을 고발하라

김광일 논설위원 2020. 8.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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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이쪽을 봐도, 저쪽을 봐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대통령, 청와대, 민주당, 박지원, 그 어디서도 이대로 참아서는 안 될 것 같은데 감감 무소식이다. 왜 그럴까,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저만 그러는 것일까요. 국민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지금부터 말씀 드릴 내용을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7월27일 국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가 문건을 하나 들고 나왔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2000년4월 김대중 정부 때 중국 베이징에서 박지원 문화장관이 북한 아태위원장 송호경과 함께 서명을 했다는 비밀 합의서 문건이다. 문건 제목은 지금 보여드리는 것처럼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라고 돼 있다. 내용은 첫째 ‘25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차관을 제공한다’, 둘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5억 달러분을 제공한다’라고 돼 있다. 한마디로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이 북측에 30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금 환율로 3조6000억 원이다. 그리고 문건에 ‘상부의 뜻을 받들어’ 라고 적은 다음 남측의 박지원, 북측의 송호경 두 사람이 서명한 것으로 돼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이 문건의 사본을 내보였고, 그것을 죽 읽었다. 박지원 후보자는 그때 "그걸 제가 서명했습니까?" 라도 묻는다. 자기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호영 대표가 되묻는다. "‘상부를 뜻을 받들어’는 남북 합의서와 똑같고 사인도 똑같습니다. 이런 문건 사인하신 적 있습니까?" 그러자 박지원 후보자는 재차 부인하다. "그러한 것은 없는데요." 주호영 대표가 말한다. "아주 중요합니다." 박지원 후보자가 세 번째로 부인한다. "그러한 것은 제가 한 것 없습니다." 주호영 대표가 말한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후보자가 하셨던 말은 다 틀린 말입니다." 그러자 박지원 후보자는 네 번째로 부인한다. "사실이 아닙니다."

자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지원 후보자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비밀 합의서 문건이) 사실이면 사퇴하겠다." "제 인생과 모든 것을 걸겠다." "사본을 제가 경찰 혹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 "저를 모함하기 위해 위조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8년 전 저축은행 비리로 수사를 받을 때 "돈을 받았다면 목포역전에서 할복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 ‘제 인생과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것은 목숨을 걸겠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수사 의뢰를 포함하여 아무런 조치가 없는지 몹시 궁금하다.

청와대는 청문회 이틀 뒤인 7월29일 ‘4·8 이면합의서’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국정원, 통일부 등 관계 기관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이른바 ‘이면합의서’ 문건은 정부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건임을 확인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정부 내’에는 존재하지 않는데, ‘정부 밖’에는 존재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예를 들어 국정원 간부의 자택에 있는 비밀 금고에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그날, 그러니까 청문회 이틀 뒤인 7월29일 박지원 후보자에게 국정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주호영 대표가 흔들었던 비밀 합의서 문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 문건은 위조·조작됐다’고 한 박지원 원장의 말을 받아들인 셈이다.

자 좋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공당(公黨)의 최상위 지도급 정치인으로서 우리나라 국가정보원법 제7조 1항, ‘국정원장은 국회의 인사 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는 신성한 법률 행위를 자신의 위조된 서류로써 심각하게 방해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장의 명예’, 그리고 비밀 합의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발언을 믿고 그를 국정원장에 서둘러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까지도 심각하게 훼손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대통령, 그리고 청와대, 그리고 민주당, 그리고 박지원 국정원장은 주호영 대표를 고발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주 대표가 흔들어 보였던 비밀 합의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국민들에게 밝혀줘야 한다. 국민들은 정말 답답하다. 이것은 무슨 자동차 접촉사고처럼 이쪽 사람은 60% 잘못이 있고, 저쪽 사람은 40%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쌍방 과실이 될 수 없는 사안이다. 검으면 검고, 희면 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박지원 원장이 거짓말을 했거나, 주호영 대표가 위조를 했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지, 그 중간에 어떤 회색 빛깔 진실이란 존재할 수는 없다. 만약 그 비밀 합의서라는 문건과 박지원의 서명이 가짜로 위조된 것이라면 지금 당장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직까지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 공당의 대표로서 국민을 기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검찰 수사 결과 그 비밀 합의서가 진본이라면, 박지원의 서명이 진짜라면, 박지원 국정원장은 자신이 했던 말대로 사퇴하는 것은 물론,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으니 이제 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거짓말을 네 번이나 반복한 사람을 국정원장에 임명했으니 그 잘못을 국민들에게 빌어야 한다. 어쩌면 ‘국민 탄핵’까지도 각오해야할 사안이다. 주호영 대표는 지난 7월29일 한 인터뷰에서 박지원 원장에게 "제발 고발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청와대와 국정원 앞에서 무기한 농성 시위라도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혀드려야 한다. 절대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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