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과 퇴장의 하루…부동산법 밀어붙인 '176석의 힘'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서진욱 기자, 박가영 기자 2020.07.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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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서 법안 상정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2020.7.28/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서 법안 상정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2020.7.28/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7·10 부동산대책' 후속입법을 강행했다. 미래통합당은 '독재' 등의 표현을 쓰면 반발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 부동산 입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76석을 확보한 여당이 부동산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통합당은 맥없이 당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8일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가 기재위 소위원회 구성을 하지 못했지만, 민주당이 표결로 '부동산 3법' 상정을 밀어붙였다. 통상 법안 상정은 소위에서 결정한다.



◇기재위 '부동산 3법', 묘수와 꼼수 사이

민주당이 상정한 법안은 고용진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부동산 3법'이다. 다주택자의 세부담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사실상의 정부안이다. 이날 기재위에 243건의 법안이 상정됐지만 '부동산 3법'만 상정됐다.



기재위 법안 상정 과정에선 민주당 입장에선 '묘수', 통합당 입장에선 '꼼수'가 등장했다. 민주당은 국회법 71조를 적용했다. 동의자를 빼고 한 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위원회에서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민주당 소속의 홍익표 의원이 동의했고, 양경숙 의원이 찬성했다.

서병수 통합당 의원은 "수많은 부동산 세법이 발의돼 있는데, 소위를 구성하지 않고 어떻게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냐"며 "이것이야말로 숫자를 무기로 사용해 법안을 강탈하고자 하는 강도짓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국회법 71조에 따라 표결을 선택했다. 재석 의원 26명 중 찬성 17명으로 고 의원의 법안 3건은 기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민주당 의원 전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9명의 통합당 의원은 모두 반대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의회 독재를 강력 규탄한다"며 기재위를 보이콧했다. 기재위 소속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하명에 따라 특정 의원 법안만을 올려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표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과 국회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국토위·행안위도 '부동산입법 드라이브'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형동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의사일정 강행 및 부동산법 밀어붙이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28/뉴스1(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형동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의사일정 강행 및 부동산법 밀어붙이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7.28/뉴스1
행정안전위원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행안위는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정부조직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 개정안 4건을 상정하고 의결했다. 지방세 관련 법안은 취득세율 인상 등 부동산 관련법이다.

지방세법 개정안은 부동산 취득세 세율을 1세대 2주택 8%, 법인 및 1세대 3주택 12%로 상향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통합당 행안위원들 역시 전체회의 참석을 거부했지만 법안 상정과 통과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월세 거래신고제의 근거가 되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오후 회의가 속개된 지 40여분 만에 퇴장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은 "불공정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회의장을 나갔다.

민주당의 부동산법 강행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통합당의 고의적인 시간끌기로 인해 상임위에서 핵심법안이 협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하루빨리 '7.10 부동산대책' 후속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이 있었지만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상임위 간사를 뽑고 법안소위를 만들고 의사일정을 합의해야 하는데 (여당이)의사일정 합의 없이 회의를 열고 법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하는 일이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176석 여당'에 맥 없이 당한 '103석 야당'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세법' 상정 강행 등에 항의하며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20.7.28/뉴스1(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세법' 상정 강행 등에 항의하며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20.7.28/뉴스1
이날 상임위의 법안 상정과 처리 과정은 21대 국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했다. 비례정당의 교통정리 등으로 지금은 176석이다. 언제든지 법안의 단독처리가 가능하다. 실제로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총선에서 103석을 얻는데 그친 통합당은 한계에 봉착했다. 원구성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18개 상임위의 위원장도 모두 민주당 몫으로 돌아갔다. 원구성 합의가 이뤄지고 상임위가 정상 가동됐지만 위원장도 뺏기고, 표결에서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여야 합의의 원칙을 부정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없지만 부동산 등 민생현안을 처리하기 위해선 여당 단독으로도 입법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당이 20대 국회에 이어 발목잡기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어렵게 문을 연 7월 임시국회가 통합당의 발목잡기에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상임위 일정을 나 몰라라 하는 제1야당은 국정운영의 한 축이 아닌 훼방꾼의 모습에 가깝다"고 말했다.

통합당에선 '독재', '강도' 등의 표현까지 나왔다. 김도읍 통합당 의원은 "민주당은 국토위, 행안위, 기재위, 운영위, 법사위에서 다시 한 번 자신들의 뜻에 따라 (법안들을)일사분란하게 강행처리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대체토론에서 반대 의견이나 합리적 문제 제기가 있음에도 표결로 강행 처리했는데, 이게 소수당을 들러리 세우는 1당 독재가 아니면 뭐냐"며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당 차원에서 저항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 입장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이날 기재위와 행안위, 국토위에서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했을 때에도 통합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하는 데 그쳤다.

상임위를 통과한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더라도 통합당이 표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8월 4일 본회의를 열고 '부동산 세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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