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 검언유착 몰아가기 보도.. "공영방송이 정치공작 앞장"

신동흔 기자 2020. 7. 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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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오보 파문 확산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대화가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 있다고 했던 KBS 보도가 오보(誤報)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녹취록은 지난 2월 13일 이 전 기자가 부산고검으로 한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찾아가 나눴던 대화를 동석했던 채널A 백모 기자가 녹음한 일명 '부산 녹취록'이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이 19일 관련 대화 내용을 공개하고 반박하자 KBS는 일부 내용이 오보라며 사과했다.

지난 19일 KBS가 '9시 뉴스'에서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화면. KBS는 전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 캡처

그럼에도 20일 법조계에서는 "공영 방송이 정파적 목적에 따라 정치 공작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KBS에 수사 기밀을 유출한 검찰 간부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감찰 필요성'이 제기됐다. KBS도 현 경영진에 비판적인 공영노조가 '소설 썼나? 정권의 나팔수였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자 내부 수습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KBS, '총선 공작' 부각하려다 오보

앞서 3월 31일 시작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들이 '검·언 유착' 위주였던 데 비해 KBS의 18일 보도는 '총선 공작' 의혹을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MBC에 제보했던 지모씨도 주장해 왔던 내용으로,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 등도 이에 가세해 있던 상황이었다.

/조선일보

'제보자X' 지씨는 특히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았는데 채널A 측은 3월 말, 4월 초를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기자 측이 19일 제시한 지씨와의 대화 녹취록을 보면 정반대였다. 지씨는 "4월 총선 전에 얘기한다면 도움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고"라고 했지만 이 전 기자는 "왜 총선을 생각하느냐" "총선 이후든 이전이든 아무 관심 없다"고 하는 내용이 나온다. KBS는 '부산 녹취록'에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말과 독려성 언급도 했다'는 내용 등이 있다고 보도했다가 하루 만에 오보를 인정했다.

한 법조인은 "KBS까지 가세해 '검·언 유착'을 '총선 개입' 프레임으로까지 몰고 가려다가 사고가 난 것 같다"고 했다.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사실상 '정치 공작'에 관여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 내부에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측 간부가 유출자로 거론되고 있다. 감찰 여부에 대해 대검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날 오전 이 사건을 처음 보도했던 MBC 장인수(44) 기자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장 기자가 허위 보도 및 채널A 취재 방해 혐의로 고발된 지 석 달 만의 첫 소환조사였다.

◇KBS 내부 "정권 나팔수 역할" 비판

KBS 공영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KBS 보도본부 취재팀이 하루 만에 굴욕적인 '셀프 항복 선언'을 했다"며 "취재되지 않은 팩트를 일단 떠들고 보는 게 취재 방침인가"라고 했다. 비(非)민노총 계열인 KBS 1노조도 "녹취를 전달한 취재원이 과연 누구인지, 정체불명의 대화 녹취가 검증 없이 무리하게 보도에 쓰이게 된 배경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전 KBS 직원들이 사용하는 익명 게시판에는 '실수가 아니라 오로지 윤총(윤석열 검찰총장)을 날리기 위한 보도' '팩트 확인도 없이 정권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나대는 행위는 실로 충격적' 등의 비판이 올라왔다. 이 같은 내부 반발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해당 보도가 여러 데스크를 거쳤을 텐데도 여과 없이 나간 것은 KBS 보도 시스템이 정파성에 점령돼 객관성을 상실한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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