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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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향해 신발 던진 혐의…정창옥 "내가 욕을 했나, 폭행을 했나? 너무 억울"

정 대표 "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퇴하라고 주장한 사람…불통으로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군주는 왕이 아니다"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벗어 던져 검거된 50대 남성 정씨가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내가 욕을 했나, 폭행을 했나."

 

국회 개원식 연설을 마치고 이동하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렸다가 풀려난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 정창옥(57)씨가 자신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하룻밤을 보낸 2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자유로운 퍼포먼스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자유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라는 탈을 쓴 사람들이 왜 역행하고 있는지 이게 불만"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국회 연설을 마치고 차에 탑승하려던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졌다. 당시 정 대표는 경호원들이 제압하려고 하자 "가짜평화 위선자 문재인은 당장 자유대한민국을 떠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정 대표를 현장에서 체포해 공무집행방해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전날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구속의 상당성과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신발을 던진 이유를 묻자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퇴하라고 주장한 사람"이라면서 "불통으로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군주는 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상황에서) 역대 최고의 칼바람을 일으키지 않았느냐. 적폐청산"이라며 "그건 다 좋다. 그런데 자기들 것(적폐)도 잡아내야지"라고 말하며 격분했다.

 

정 대표는 특히 문 대통령의 북한 외교 방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탈북자들의 인권, (북한에 있는) 여성의 인권, 아동의 인권은 처참하다 못해 눈 뜨고 볼 수 없다"면서 "그런데 인권 변호사(문 대통령) 출신으로서 어떻게 그 인권에 침묵하고 가해자인 살인마 김정은 입장에만 서느냐"고 말했다.

 

정 대표가 소속된 남북함께국민연합은 정부의 탈북민 북송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북한의 인권 개선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단체라고 본인들을 소개하며, 설립취지문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아사한 탈북민 모자와 정부에 의해 강제 북송당한 두 탈북 청년의 죽음이 모자라면 나의 죽음을 얹어서라도 인권과 자유를 지키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정 대표는 자신을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담담히 답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세월호 희생자 납골당 설치를 반대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저도 안산에 살고 있다. 처음에는 세월호 사태에 분노했다"면서 "하지만 여의도 대리기사 폭행 사건 때 정황상 세월호 유가족이 대리기사를 폭행했는데, 자기들도 맞았다고 말하는 등 해서 거기서부터 정치 쪽으로 붙었구나 싶어 반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자신을 향해 제기된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고,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로 그에 대해 '여고생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한 적이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다.

 

여기에 대해 그는 "1995년 30대 초반 때 가출 청소년을 돌보는 일을 했었다. (이런 학생은) 분노조절장애, 우울증으로 약을 많이 먹는데 그 대신 음악치료나 그림치료를 통해 보살폈다"면서 "(그런 일을 하다가) 한 고등학교로부터 연기나 뮤지컬을 지도해 작품을 올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한 여학생이 뮤지컬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도왔다"면서 "학교를 오가는 일을 돕다보니 자연스레 좋은 관계로 발전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여학생이 정 대표에 대해 '강제로 끌고 다녔다'는 취지로 고소해 재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후일 여학생이 자신을 찾아와 "당시 누가 시켜서 고소하게 됐다"는 취지의 사과를 했다고 하기도 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정 대표는 자택에 머물며 경찰 수사를 받는다. 경찰은 현재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등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