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고위 간부, 채널A 기자가 아니라 '한동훈', '이동재'라 칭하라

Community

검찰고위 간부, 채널A 기자가 아니라 '한동훈', '이동재'라 칭하라

단풍나무숲 4 9,091 2020.06.03 08:26
1676898031_P962Mfnb_3a7bfea6ebda14d70fefb78350008c2f789d4f4a.jpgⓒ딴지일보


"현직 검찰 고위 간부와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널A 사회부장 등 기자 3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한국일보가 2일 보도한 "'검언 유착 의혹' 채널A 기자 3명 휴대전화 압수수색"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 중 일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의 아내와 자녀의 이름을 적시하던 언론이 현직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개입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선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름 아닌가. 채널A 소속 기자의 이름과 사진은 최초 의혹이 불거질 당시 온라인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됐고, 검사장급 현직 검찰 고위 간부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중의 최근측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세상이 다 아는 두 사람을 언론이 모르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 이름을 밝히길 꺼린다. 조 전 장관 가족의 경우 이름은 물론 얼굴까지 낱낱이 털더니 이 무슨 이중잣대인지 모르겠다. 해당 검사는 차관급 공직자이고, 기자 역시 채널A에서 공적으로 활동하는 인물인데도 말이다.

법적 조치 운운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의 겁박이 두려운 건가, 아니면 '이동재' 채널A 기자에 대한 눈물 겨운 동업자 정신이 작동한 건가. 전자라면 찌질하고, 후자라면 비겁하다. 모름지기 당신들은 '기자'라는 가슴 먹먹한 이름을 내건 언론인들이 아닌가.

더 황당한 건 검찰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과 이동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이 지난 4월 7일이다. 그런데 검찰은 고발장이 제출된 지 무려 두 달 가까이 지나서야 채널A 기자들에 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나섰다.

두 달이면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다시 말해 검찰이 의혹 당사자들이 증거를 은닉할 시간을 벌어준 뒤 뒤늦게 뒷북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역시나다. 그간 숱하게 목도해온 눈 가리고 아웅하는 부실 봐주기 수사를 검찰은 이번에도 몸소 시전하고 있다.

그마저도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한동훈에 대해선 텉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 기실 이번 의혹은 한동훈과 이동재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만 확보하면 끝나는 사안이다. 한동훈은 이동재와의 통화를 부인했고, 이동재는 한동훈의 통화를 빌미로 유시민을 엮으려 했다. 따라서 두 사람의 휴대전화만 압수수색해서 파일만 확인하면 의혹은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우리 검찰이 어디 보통 검찰이던가. 이 쉬운 길을 놔두고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그러더니 두 달이나 지난 시점에 뜸금없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 채널A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수사하는 시늉만 했다 뿐이지 검찰에게는 애초부터 수사의지 자체가 없었던 거다.

물론 검찰이 모든 사건에 물렁한 것은 아니다. 조 전 장관 수사를 보라. 특수부 검사 수 십명을 투입해 70여 차례나 압수수색을 벌이더니 급기야 중학교 때 일기장까지 털지 않았나. 정의연 의혹 수사는 또 어떤가. 유령보수단체의 고발이 있는지 6일 만에 득달같이 정의연 사무실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나 말이다.

조 전 장관과 정의연에 대해선 빛의 속도로 수사에 나서더니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선 굼벵이 저리가라 할 정도의 느려터진 행태를 보이는 검찰. 임은정 부장검사의 일갈처럼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꼴사나운 풍경일 것이다.

자기들 입맛에 따라 엿장수 맘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한다. 검찰과 언론이 찰떡궁합이 되어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대로 사건을 만들어나간다. 노무현, 한명숙, 조국, 정의연....그 반대편에는 김학의, 최순실, 나경원, 황교안, 한동훈이 있다. 양승태가 있고, 우병우가 있으며, 안태근과 윤석열 장모가 있다.

누구보다 공의롭고 정의로워야 할 검찰, 사회의 공기와도 같은 언론의 합작품인 검언유착 의혹은 이 나라 검찰과 언론이 얼마나 썩어빠진 집단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동훈과 이동재가 검찰고위 간부, 채널A 기자라 불려지고, 검찰의 선택적 수사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부끄러운 소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동재·한동훈의 이름을 호명해야 하는 이유가,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부르짖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Comments

우공이산 2020.06.03 09:29
한동훈, 이동재..
그 이름 쓰는 게 그리 어렵나?
단풍나무숲 2020.06.03 22:14
한통속이고, 동업자들이니까요.
검찰도, 언론도 참 구질구질하네여
저스티스 2020.06.03 10:16
며칠 전 여그 올라온 사진
단풍나무숲 2020.06.03 22:14
자과감을 느껴야 하는디, 저것들이 그럴 것 같지가 않네여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5 로또 취업은 하태경 널두고 하는 말 같은데... 댓글[4] 단풍나무숲 2020.06.27 9151
164 민주당은 2005년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잊었나?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27 6546
163 애국과 매국의 차이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25 7014
162 '토왜'가 날뛰는 모습을 보니 까뮈형의 직썰이 생각나~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24 7408
161 조중동이 사회악이라는 결정적 증거 댓글[4] 단풍나무숲 2020.06.23 9129
160 기자협회의 가소로운 징벌적 손해배상 반대론 댓글[1] L540EURO6 2020.06.22 5878
159 영국기자가 본 한국인 댓글[4] 단풍나무숲 2020.06.22 9551
158 사면초가에 빠진 윤석열, 그에게 어울리는 시구절..'낙화'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20 6372
157 기레기들을 박멸시켜야 하는 이유 댓글[4] 단풍나무숲 2020.06.18 9119
156 윤석열은 왜 최악의 검찰총장인가 댓글[4] 단풍나무숲 2020.06.17 9306
155 "삼성 법률대리인이 썼나" 비판받는 양창수의 매경 칼럼 댓글[3] L540EURO6 2020.06.16 8611
154 대북특사로 태영호, 지성호를 보내자 댓글[4] 단풍나무숲 2020.06.16 9005
153 박병석-김태년의 덫에 걸린 미래통합당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13 6692
152 죽음마저 정치에 이용하는 극악무도한 정치인 '곽상도' 댓글[3] 단풍나무숲 2020.06.12 8046
151 타인에 대한 배려.. 댓글[1] 단풍나무숲 2020.06.11 6425
150 노회찬이 옳았다. 법은 만 명에게만 평등하다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10 6487
149 '바로잡습니다' 고정에 조선 기자들 "우리가 매일 오보 낸다는 얘기인가" 댓글[1] L540EURO6 2020.06.09 5899
148 대북전단 살포 금지 법안 제정이 시급한 이유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09 6772
147 '이탄희 치유회복' 비꼬는 월간조선 댓글[1] L540EURO6 2020.06.08 5731
146 일어나면 폰부터 보는 사람들의 몸에서 생기는 일 댓글[1] 단풍나무숲 2020.06.08 586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