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자비는 후회를 낳는다.... ㅡ,.ㅡ;;

Community

어설픈 자비는 후회를 낳는다.... ㅡ,.ㅡ;;

단풍나무숲 2 6,934 2020.05.10 10:28

지난해 가을 쯤 멀쩡히 잘 되던 잔디깎기가 작동하지 않길래 새걸 살까하다 혹시나 싶어 분해를 해봤다.

그런데 윗판 뚜겅을 열어보니 잔디깎기 안에 나뭇잎 뭉치가 있는 게 보였다. 끄집어내 털어보니 뭔가 움직이는 물체가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생쥐 새끼였다.

모두 4마리. 눈도 뜨지 못한 채 꿈틀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생쥐새끼라 해도 어엿한 생명이니, 꼬물거리는 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하우스 관리에 있어 쥐의 악명을 익히 들어온지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꿈틀거리는 생명을 보니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조금 있자니 어미 쥐가 쉐드 밑에서 고개를 내밀고 빤히 쳐다보는 게 보였다.

생쥐새끼가 들어있던 둥지를 쉐드 바닥 한쪽에 고이 놓어주었다. 잠시 뒤, 어미는 둥지를 물고 쉐드 밑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다.

생쥐가족과 이별한 뒤 잔디깎기 안쪽을 살펴보니 어미가 전선을 갉아 먹어 선 두가닥이 끊어져 있는게 보였다. 잔디깎기가 작동이 안 된 이유였다.

겨우겨우 선을 이어붙였다. 시동을 거니 잔디깎기는 다시 움직였다. 새끼 쥐도 살려주고 돈도 세이브했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짧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오면서 잔디깎기는 쉐드 안에서 깊은 겨울잠을 잤다. 그리고 일주일 전 잔디를 깎으려 전원을 넣었지만 잔디깎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배터리를 갈아끼고 몇번이나 점화장치를 눌렀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불현듯 작년 기억이 떠올랐다. 뚜껑을 열어 확인해 보니 역시나 같은 상황이었다. 잔디깎기 속에서 또다시 둥지가 발견됐고, 선은 완전히 아작이 나 있었다.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선이란 선은 다 갉아먹어 이번엔 이어붙일 재간이 없었다.

뚜껑이 열리면서 화한 스팀이 불같이 일었다. 왜 지인들이 생쥐에 학을 떼는지 생생이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생쥐를 살려보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뒤늦은 후회였다.

자비의 댓가는 컸다. 덕분에 잔디깎기 기계를 사는데 수백불을 써야 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자고로 거저 얻는 가르침은 없는 법이다. 어설픈 자비는 쓸데없는 '카드값'을 낳는다. 아들에게 새겨주어야 할 뼈저린 교훈이다. 

Comments

저스티스 2020.05.12 00:20
단풍나무숲 2020.05.12 09:31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6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도 개인 계좌로 후원받는다 댓글[2] 엄매부대 2020.05.20 7086
205 유머 K-기레기의 자화상 admin 2021.06.16 7086
204 일반 백신 타령하는 놈들에게 WTO가 한방 날리네. ㅋㅋ 댓글[1] 하루살이 2021.01.16 7077
203 이명박 구속은 필연? ㅋㅋ 댓글[2] 저스티스 2020.06.02 7076
202 울산 사건 공소장 댓글[2] pshkhs16 2020.04.27 7065
201 이시대에 꼭 필요한 사이트 댓글[1] 기메진 2020.03.19 7045
200 일반 요런 건 아닥하지, 국짐 개쓰레기들 댓글[1] 카푸치노 2021.01.20 7017
199 민주당은 2005년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잊었나?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27 7014
198 무자격 국회의원 후보 명단, 'KKK 리스트' 첫 번째 곽상도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4.10 7009
197 아싸! 첫글~~ (사이트 운영 방침?) 국밥소년 2020.03.19 6992
196 선거 참패하니 쇄신? 눈 가리고 아웅하겠다는 통합당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4.21 6992
195 럭셔리칼럼 #46 [윤석열님이 대권도전? 허허허..] 댓글[2] focusfactor 2020.07.03 6982
194 김복동 할머니의 유언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5.28 6978
193 사면초가에 빠진 윤석열, 그에게 어울리는 시구절..'낙화'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6.20 6964
192 조폭언론의 실체... 댓글[2] 우공이산 2020.06.02 6946
열람중 어설픈 자비는 후회를 낳는다.... ㅡ,.ㅡ;;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5.10 6936
190 기레기 기더기 없는 세상을 꿈꾸며 댓글[1] 기레기 기더기 박멸!! 2020.03.19 6935
189 오늘 본 최고의 드립!! 올해 한국 상황 두줄 요약!!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3.25 6872
188 전광훈을 보면 위기에 빠진 개신교의 민낯이 보인다 댓글[2] 단풍나무숲 2020.08.19 6871
187 오픈 축하해요. 기레기 다 죽었으면. 댓글[1] 잡채아빠 2020.03.20 6858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