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자비는 후회를 낳는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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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자비는 후회를 낳는다.... ㅡ,.ㅡ;;

단풍나무숲 2 6,518 2020.05.10 10:28

지난해 가을 쯤 멀쩡히 잘 되던 잔디깎기가 작동하지 않길래 새걸 살까하다 혹시나 싶어 분해를 해봤다.

그런데 윗판 뚜겅을 열어보니 잔디깎기 안에 나뭇잎 뭉치가 있는 게 보였다. 끄집어내 털어보니 뭔가 움직이는 물체가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생쥐 새끼였다.

모두 4마리. 눈도 뜨지 못한 채 꿈틀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생쥐새끼라 해도 어엿한 생명이니, 꼬물거리는 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하우스 관리에 있어 쥐의 악명을 익히 들어온지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꿈틀거리는 생명을 보니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조금 있자니 어미 쥐가 쉐드 밑에서 고개를 내밀고 빤히 쳐다보는 게 보였다.

생쥐새끼가 들어있던 둥지를 쉐드 바닥 한쪽에 고이 놓어주었다. 잠시 뒤, 어미는 둥지를 물고 쉐드 밑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다.

생쥐가족과 이별한 뒤 잔디깎기 안쪽을 살펴보니 어미가 전선을 갉아 먹어 선 두가닥이 끊어져 있는게 보였다. 잔디깎기가 작동이 안 된 이유였다.

겨우겨우 선을 이어붙였다. 시동을 거니 잔디깎기는 다시 움직였다. 새끼 쥐도 살려주고 돈도 세이브했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짧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오면서 잔디깎기는 쉐드 안에서 깊은 겨울잠을 잤다. 그리고 일주일 전 잔디를 깎으려 전원을 넣었지만 잔디깎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배터리를 갈아끼고 몇번이나 점화장치를 눌렀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불현듯 작년 기억이 떠올랐다. 뚜껑을 열어 확인해 보니 역시나 같은 상황이었다. 잔디깎기 속에서 또다시 둥지가 발견됐고, 선은 완전히 아작이 나 있었다.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선이란 선은 다 갉아먹어 이번엔 이어붙일 재간이 없었다.

뚜껑이 열리면서 화한 스팀이 불같이 일었다. 왜 지인들이 생쥐에 학을 떼는지 생생이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생쥐를 살려보내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뒤늦은 후회였다.

자비의 댓가는 컸다. 덕분에 잔디깎기 기계를 사는데 수백불을 써야 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자고로 거저 얻는 가르침은 없는 법이다. 어설픈 자비는 쓸데없는 '카드값'을 낳는다. 아들에게 새겨주어야 할 뼈저린 교훈이다. 

Comments

저스티스 2020.05.12 00:20
단풍나무숲 2020.05.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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